6일 대구대교구 사제서품식 현장신자들의 축하와 가족들의 기도교구장 조환길 대주교 “항상, 즉시, 기쁘게 섬기는 사제” 당부
6일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거행된 사제서품식에서 사제로 서품된 이들이 출신 본당 사제의 도움을 받아 제의를 입고 있다.
6일 대구대교구 주교좌 범어대성당. 영하권의 찬 기운에도 2500여 명의 신자가 내뱉는 기도의 온기가 대성전의 겨울 공기를 데웠다.
오전 10시 힘찬 트럼펫 연주로 장엄한 사제·부제서품식의 막이 올랐다. 후보자 선발과 서약 예식이 끝나고, 가장 낮은 자세로 하느님께 자신을 봉헌하는 ‘성인 호칭 기도’가 시작됐다. 여섯 명의 사제 및 부제 서품 후보자가 차가운 성당 바닥에 몸을 부복(俯伏)하자 거룩한 침묵이 흘렀다. 가장 낮은 곳에서 성인들의 전구를 청하는 이들의 등 위로 신자들의 간절한 기도가 쌓였다.
이어진 안수와 서품 기도, 사제의 상징인 제의 수여식. 하얀 제의를 입고 사제로 거듭난 아들들의 모습을 앞자리에서 지켜보는 부모들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손의 도유와 빵과 포도주의 수여를 거쳐 선배 사제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누면서 대성전은 축하의 분위기로 무르익었다.
하얀 제의를 입고 사제로 거듭난 아들 사제를 보며 한 아버지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김상민 새 신부는 서품식 후 제대 아래로 내려가 아버지 김영걸(가브리엘, 58)씨를 끌어안았다. 아버지는 “그동안 수고 많았다”며 아들의 등을 힘차게 두드렸다. 한참 동안 이어진 포옹 끝에 김 신부는 부모와 여동생의 머리에 차례로 손을 얹고 눈물의 첫 안수를 했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예비 신학생 모임에 나가며 갈고 닦아온 성소가 결실을 맺은 순간이었다.
외동아들인 이동훈 새 신부를 키워 봉헌한 어머니 김태선(안나, 64)씨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김씨는 서품식 내내 의연했지만 아들의 몸에 제의가 입혀지는 순간,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그는 “아들이 몸도 아프고 휴학도 해서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제의 입은 모습을 보니 비로소 ‘이날이 왔구나’ 싶었다”고 털어놨다.
6일 주교좌 범어대성당에서 사제로 서품된 이들이 교구 선배 사제들에게 안수를 받고 있다.
이상윤 새 신부의 곁에는 든든한 두 명의 이모 수녀가 있었다. 이모 윤영란(일마, 성바오로딸수도회) 수녀는 “아기 때부터 상동성당에서 키우다시피 한 조카가 하느님을 섬기며 행복을 나눠주는 사제가 되길 바란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교구장 조환길 대주교는 강론에서 돌발 퀴즈를 던지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군만두를 영어로 하면 무엇이냐”는 물음에 신자들이 웅성거리자, 조 대주교는 “군만두는 서비스”라고 답변했다. 다시 “물은?”이라고 되묻자, 신자들이 “셀프”라고 답하며 폭소가 터졌다. 조 대주교는 이어 “서비스(Service)의 본뜻은 섬김, 봉사, 의무”라며 “신자가 성사를 원하는데 ‘다음에 해주겠다’고 미루는 것은 서비스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언제 어디서든 하느님과 하느님의 백성을 위해 ‘항상, 즉시, 기쁘게’ 섬기는 사제가 돼달라고 당부했다.
사제서품식 후 이동훈 새 신부를 축하하기 위해 신자들이 함께 기쁨을 전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성소 감소의 위기는 수치로 나타났다. 2021년 10명이던 대구대교구의 새 사제 수는 4명을 기록했다. 내년 서품 예정자는 단 2명이다.
조 대주교는 “인구가 줄고 세속화 영향으로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걱정이고 심각한 상황”이라면서도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좋은 사제가 나와 교회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신자들에게 성소를 위한 기도를 요청했다. 이날 2명의 부제 서품식도 거행돼 기쁨을 더했다. 새 사제들은 각자 출신 성당에서 첫 미사를 봉헌한 후 사목자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이지혜 기자 bonappetit@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