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모 로셀리(cosimo rossell, 1439~1507)의 ‘동방박사의 경배’(Adoration of the Magi), 나무에 템페라, 1475,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가톨릭 전례력으로 볼 때 대림 첫 주일은 새해가 시작되는 날입니다.아울러 대림절은 인류를 구원하시기 위해 인간이 되어 오시는 아기 예수님을 손꼽아 기다리는 시기입니다.
우리 가운데 사시다가 죽으시고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은 마지막 날, 영광 중에 다시 오셔서 죄와 죽음의 권세에 대한 당신의 빛나는 승리를 드러내실 것입니다. 우리는 이를 위해 자신을 준비하고, 또 이웃을 준비시켜야 하겠습니다. 이것이 바로 대림절의 진정한 의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다리는 예수님은 사실 우리 가운데 벌써 오셨습니다. 이미 2000년 전에 이 세상에 인간의 모습으로 오셨습니다. 이렇게 이미 와 계신 예수님을 우리가 또다시 기다려야 하는 이유는, 아직도 이 세상이 예수님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자신들부터 우리 가운데 와 계신 예수님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미 오신 예수님을 세상과 우리가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예수님은 또다시 오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세상은 이미 와 계신 예수님을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습니까? 왜 우리들은 ‘이미’ 우리 안에 현존해 계시는 예수님을 진정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한마디로 예수님을 받아들이기 위한 우리의 자세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한 우리의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수님께서 인간이 되어 오시는 거룩한 성탄을 맞이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회개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현재의 낡은 생활을 청산하고 마음을 돌이켜 하느님께로 돌아가야 합니다. ‘악’을 피하고 하느님께로 향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자신의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살아가야 합니다. 한마디로 철저한 ‘하느님 중심적인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내 이웃을 위해 진정으로 희생할 줄 아는 사람, 자신이 먼저 용서하고 화해할 줄 아는 사람, 시기와 질투와 증오를 송두리째 없애 버리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진정한 회개의 삶을 살아갈 때 우리는 이미 우리 가운데 와 계신 예수님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회개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한 가지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그것은 바로 자신에 대해서 실망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의 과거 잘못에 대해 실망하고 좌절하는 것은 그래서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는 것은 오히려 하느님 앞에 교만이며 마귀의 유혹에 스스로 빠져드는 것입니다.
사실 이 세상에 아무도 죄 없는 사람 없고, 아무도 때 묻지 않은 사람 없습니다. “나는 죄 없는 사람이다” 혹은 “나는 아무것도 잘못한 것이 없다”라고 큰소리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우리는 참으로 나약하고 부족한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죄짓지 않고 살아가기란 불가능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망할 필요 없습니다. 좌절할 필요 없습니다. 포기할 필요 없습니다.
우리의 나약함을 너무도 잘 아시는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는 데 무엇이 두렵겠습니까? 우리의 부족함을 잘 아시고 당신의 이름으로 우리의 죄까지도 용서해 주시는 데 무엇이 고통스럽습니까? 따라서 우리는 자신의 부족함이나 나약함에 대해서 결코 실망하거나 좌절해서는 아니 되겠습니다. 자신의 실수나 과오에 대해서 비관만 할 것이 아니라, 또다시 용기를 가지고 다시 일어서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참고 인내하면서, 희망과 용기를 가지고 믿음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실망에 빠져 좌절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절망에 빠져 포기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죄를 딛고 또다시 일어서는 사람을 반기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자신의 실수와 과오를 솔직히 인정하고 또다시 하느님의 자녀로서 열심히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더욱 사랑하십니다.
대림절은 우리 각자가 새 생활을 시작하는 때입니다. 고해성사를 통해서 쥐약과 같은 죄의 독소를 다 토해 버리고 새 은총의 약을 받아먹는 시기입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요, 우리 앞에 놓인 시간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용감하게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지난날의 묵은 과거를 청산하고, 용기를 가지고 새롭게 시작하기를 바라고 계십니다.
오늘도 예수님께서는 여러분 집 문 밖에서 초인종을 누르고 계십니다. 기쁘고도 즐거운 마음으로 문을 활짝 열어 드려야 하겠습니다.
글 _ 이창영 신부 (바오로, 대구대교구 대외협력본부장)
1991년 사제 수품. 이탈리아 로마 라테란대학교 대학원에서 윤리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교회의 사무국장과 매일신문사 사장, 가톨릭신문사 사장, 대구대교구 경산본당, 만촌1동본당 주임, 대구가톨릭요양원 원장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