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젊은 양들을 이끄는 사제가 나왔다. 한국 가톨릭교회 첫 버튜버(버추얼 유튜버) 사제 ‘레옹 신부’다.
최근 한국 교회 내에서도 온라인과 디지털 분야에서 소통을 위한 다양한 활동이 이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20일 가톨릭 버튜버 그룹 홀리라이브가 레옹 신부의 첫 영상을 공개했다. 버튜버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캐릭터 등을 앞세워 인터넷 방송을 하는 이를 뜻한다. 한 교구의 공식 절차를 거쳐 탄생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과 종교 콘텐츠 열풍 속에서 나왔다. 이러한 문화산업이 인기를 끌며 ‘구마사제’나 종교적 세계관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도 ‘힙’(hip)한 콘텐츠로 급부상 중이다. 불교에선 버튜버 ‘불법스님’이 등장, 케데헌 ‘사자보이즈’의 온라인 천도재를 지내는 영상이 수천 명의 시청자를 끌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캐릭터 성직자로 친근함을 내세워 유쾌하게 교리를 설파한 사례다.
홀리라이브 측은 “하루 4시간 이상 디지털 콘텐츠를 소비하는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고려할 때 가상공간으로 성직자를 만나는 것이 일종의 필수적 접근이라 여겼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존 활동은 대부분 ‘신자’만을 고려하고 있다”며 “무종교·타 종교인과의 접점을 높이고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쉽게 만날 수 있는 지속적인 창구’를 확보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주교에 호감을 갖거나 교리에 관심 있는 비신자나 냉담 젊은이들에게 ‘레옹 신부’ 같은 버튜버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이버 치지직 레옹 신부 홈페이지. 네이버 치지직 캡처
레옹 신부는 네이버 스트리밍 서비스 ‘치지직’에서 검색하면 만날 수 있다. 레옹 신부는 3시간여에 이르는 라이브 형태로 소통하는 영상을 통해 ‘왜 성당을 다니나’ ‘크리스마스 트리를 알아보자’ 등 교회 이해의 폭을 함께 넓히는 대화부터 크리에이터들과의 합방도 진행하며 신앙·일상 이야기를 유쾌하게 풀어낸다.
홀리라이브는 현대 문화콘텐츠를 복음적으로 재해석해 ‘복음적 시각’을 내재화하도록 유도하고 천주교를 친숙한 이미지로 브랜딩하는 것을 목적으로 고심 끝에 버튜버 사제를 탄생시켰다. 레옹 신부뿐 아니라 해외를 겨냥한 천사 캐릭터, 교회 내 청소년들에게 초점을 둔 보좌 신부 캐릭터도 공개할 예정이다.
물론 첫 사례이기에 우려도 존재한다. 홀리라이브 측은 “그럼에도 다양한 시도들이 필요하다는 시대적 요청을 고민하고, 신학적 사유를 다양하게 실현시키는 방법으로 버튜버의 효과가 필요하다는 데 대해 교회 내 많은 구성원이 동의했고, 여러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면서 “교리와 신학, 교회 정신을 전할 때 내용에 잘 유의해 전하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문화선교 전문가가 함께하며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