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성인 선종 800주년 기념, 성인의 삶·영성 따르는 쇄신의 기회
이탈리아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 OSV
레오 14세 교황은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을 기념해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성 프란치스코의 특별 희년’을 선포했다. 교황은 특별 희년 동안 보편 교회가 성인 닮은 새로운 기쁨 안에 살아가길 요청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정기 희년을 통해 ‘희망의 순례자’로 거듭난 직후 14억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성화를 위한 기쁨의 시기가 더 주어진 것이다.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 기념을 넘어 그가 삶과 영성으로 추구했던 모범을 따르며 예수 그리스도처럼 사는 것이 무엇인지 성찰하는 새로운 쇄신의 시기를 보내게 된 것이다.
교황은 교령에서 희년 선포 배경으로 “부유한 상인의 아들에서 가난하고 겸손한 이가 되어 지상에서 진정한 ‘또 하나의 그리스도’가 된 프란치스코 성인은 복음적 삶의 구체적 모범을 세상에 제시했다”며 “모든 그리스도인은 아시시 성인의 모범을 따라 살며 스스로 거룩함의 표본이 되어 평화의 끊임없는 증인이 될 수 있으며, 지난 희년의 희망을 실천적 사랑의 열정과 헌신으로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은형제회 박희전 신부는 “이번 희년은 단순히 800년 전 성인의 행적을 돌아보는 것뿐만 아니라, 오늘날 예수님처럼 사는 것이 무엇인지 묻는 성서적 쇄신 차원에서 봐야 할 것”이라며 “교황께서 성 아우구스띠노 수도회 출신이지만, 지성보다는 사랑과 ‘자유 의지’를 하느님께 맞추려고 하는 영적 배경을 가지셨기에 프란치스코 성인의 희년을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선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교령은 희년 기간 전대사 조건도 밝혔다. 모든 프란치스코 형제회 수도자와 모든 가족 회원들은 성인의 회칙을 따르거나 그의 영성에서 영감을 받고 그의 카리스마를 계승하는 삶을 살면 된다. 아울러 누구든 본당 수호성인이 프란치스코 성인이라면 어떤 곳이든 방문해 희년 예식에 따르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성인의 삶을 풍부하게 기억하고 성찰하도록 전대사의 범위를 넓게 포용한 것은 모든 이가 하느님 자비를 깊이 체험할 기회를 얻도록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박 신부는 “성인의 옷자락만 잡아도 전대사의 은총을 누릴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것”이라며 “아울러 희년의 은총을 누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진 물질을 내어놓는 것보다 내 뜻과 고집을 하느님 앞에서 내려놓고 자신의 영혼을 하느님께 의탁하는 ‘의지적 가난의 삶’ 또한 수반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의 희년을 기념하고자 성인이 살았던 아시시에서는 2월 22일부터 3월 26일까지 성해 전시를 비롯해 성인이 선종한 10월까지 희년 행사를 이어간다.
작은형제회 한국 관구도 1분기부터 희년의 기쁨을 나누기 위한 장을 마련할 예정이다. 매년 이뤄지는 10월 3일 ‘트랜지투스’ 영성·4일 대축일 행사는 그대로 진행되며, 형제회 간 회의를 통해 신자들과 성인 영성을 나눌 장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
미국 위스콘신주 챔피언 성모 발현지에 프란치스코 성상 뒤로 보름달이 떠 있다. OSV
프란치스코 성인(1181/1182?~1226년)
성인은 가난·평화·피조물 사랑의 영성으로 중세 교회를 넘어 오늘날 세계에 깊은 신앙의 가치와 하느님 뜻을 전한 대표적 가톨릭 성인이다. 그는 이탈리아 아시시의 부유한 포목상 아들로 태어났으나 회심을 통해 모든 재산을 버리고 가난하고 복음적 삶을 택했다. 특히 12~13세기 성직주의 등으로 얼룩진 시기에 성인은 교리 이전에 ‘성경 말씀 그대로’ 사는 것을 중요시했고, 형제들과 프란치스코회를 설립해 단순하고 겸손한 삶을 교회 중심으로 돌려놓았다.
성인은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마태 11,29)를 모토로 단순히 착하게 사는 것을 넘어 예수님을 닮아 온유함과 겸손함의 모범을 살았다. 처음으로 아기 예수님과 성가정의 성탄 구유를 재현하기도 했던 성인은 1224년 라 베르나 산에서 오상을 받았으며 고통 중에도 복음을 전하고 다니면서 ‘태양의 찬가’를 작곡하며 모든 피조물과 함께 하느님을 찬미하기에 이른다. 1226년 가난 중에 임종을 맞았고, 2년 뒤인 1228년 그레고리오 9세 교황에 의해 성인품에 올랐다. 하느님이 지으신 아름다운 창조물들을 사랑했던 그는 생태계의 수호성인이기도 하다. 이번 희년은 죽음을 ‘자매’라 부르며 하느님 품으로 건너간(트랜지투스, Transitus) 성인의 선종 80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