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미국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즈 수피치 추기경, 워싱턴대교구장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 누워크대교구장 조셉 토빈 추기경이 1월 19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미국 정부에 도덕적인 외교정책 수립을 촉구했다.
추기경들은 성명에서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 국제사회에서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 토대를 둘러싼 가장 깊고 뼈아픈 논쟁에 직면해 있다”며 “우리나라를 위한 참으로 도덕적인 외교정책 수립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추기경들은 레오 14세 교황이 1월 9일 교황청 주재 외교관들에게 한 연설에서 외교정책에 지속 가능한 윤리적 나침반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9일 “무기를 통해 평화를 추구하는 일은 법치주의를 위협하고, 그 결과 모든 평화로운 시민 공존의 토대가 흔들린다”고 경고했다.
추기경들은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와 우크라이나, 그린란드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군사력 사용과 평화의 의미에 관한 근본적 질문들을 제기했다”며 “점점 더 격화되는 화염 속에서, 민족자결을 원하는 국가들의 주권적 권리는 너무나도 취약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익과 공동선을 균형 있게 맞추는 문제는 극단적으로 양극화된 틀 속에서 부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 세계의 악에 맞서고, 생명권과 인간 존엄을 지키며, 종교의 자유를 지지하는 데 있어 미국이 지닌 도덕적 역할이 모두 검증대에 올라 있다”면서 “인류의 현재와 미래 복지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 일이 양극화와 파괴적 정책을 조장하는 당파적 범주로 축소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헌장은 국가들의 동등한 주권을 인정하고, 모든 국가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위협 또는 무력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추기경들은 교황의 연설을 인용하며 “교황님은 대화와 합의를 증진하고 모든 당사자 사이에서 공감대를 찾는 외교가 개인 또는 동맹 집단에 의해 힘에 기반한 외교로 대체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교황은 전쟁이 다시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후 국가들이 무력으로 서로의 국경을 침범하지 못하게 한 원칙이 완전히 무너졌다고 비판했다.
추기경들은 “목자이자 시민으로서 우리는 미국을 위한 참으로 도덕적인 외교정책 수립을 요청한다”며 “우리는 참으로 정의롭고 지속되는 평화를, 예수님께서 복음에서 선포하신 그 평화를 이루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좁은 국익을 위한 도구로서 전쟁을 거부하며, 군사 행동은 극단적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만 이해될 수 있을 뿐, 국가 정책의 통상적 도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선언했다. 또한 “특히, 경제적 지원을 통해 전 세계에서 생명권, 종교의 자유, 인간 존엄의 증진을 존중하고 발전시키는 외교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 추기경들의 성명은, 미국 군종대교구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가 1월 18일 BBC와의 인터뷰에서 “가톨릭신자인 미군 병사들은 그린란드 침공에 참여하라는 명령이 내려질 경우 양심에 따라 이를 거부할 수 있다”고 말한 다음 날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