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즈 J. 쿠피치 추기경, 워싱턴 대교구장 로버트 W. 맥엘로이 추기경, 뉴저지주 뉴어크대교구장 조셉 W. 토빈 추기경(왼쪽부터). OSV
미국 교회 추기경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도덕적 외교’를 촉구했다.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즈 쿠피치 추기경과 워싱턴대교구장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 뉴어크대교구장 조셉 토빈 추기경은 1월 19일 공동성명을 내고 “미국이 냉전 종식 이후 도덕적 외교에 대한 심각한 논쟁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진정 미국을 위한 도덕적인 외교 정책을 수립해달라”고 촉구했다.
이같은 성명은 트럼프 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생포하고, 그린란드를 정복하기 위한 무력 사용을 시사하는 등 기존 국제사회의 외교 안보 틀을 깨면서 나왔다. 미국이 이권을 앞세워 국제 갈등을 촉발하고 긴장감을 높이는 상황에 대해 자국 추기경단이 쓴소리를 낸 것이다.
추기경들은 성명에서 베네수엘라·우크라이나·그린란드를 언급하며 “미국의 최근 외교 정책은 군사력 사용과 평화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 질문들을 제기했다”며 “분쟁이 끊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국가의 자결권이라는 주권이 너무나 취약해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정부의 외교는 국익과 공익의 균형을 찾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는 양상을 띤다”고 질타했다.
추기경들은 “전 세계 악에 맞서 싸우고, 생명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수호하며, 종교의 자유를 지지하는 데 있어 미국의 도덕적 역할이 이제는 성찰의 대상이 됐다”며 “인류의 현재와 미래 복지에 매우 중요한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 구축이 양극화와 파괴적 정책 아래 점점 자리를 잃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아울러 추기경들은 “레오 14세 교황이 지난 1월 제시한 ‘국제 관계를 위한 진정한 도덕적 토대’에 따라 질서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1월 9일 외교관들에게 “대화를 촉진하고 모든 당사자 간 합의를 추구하는 외교가 무력을 기반한 외교를 대신할 수 있다”며 “전쟁이 다시 번지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력으로 국가 간 국경을 침범하는 것을 금지했던 원칙이 완전히 훼손됐다”고 연설했다.
미국은 최근 베네수엘라에 군사를 투입해 마약 밀매 등 혐의로 마두로 대통령과 부인을 생포한 뒤 미국으로 송환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지도자가 부재한 베네수엘라를 미국이 통치할 것이라고 선언했지만,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부통령과 협력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덴마크 왕국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매입하거나 군사력을 동원해 미국에 편입시키겠다고 공언하면서 국제적 긴장감을 높였다. 이 계획에 반대하는 덴마크를 포함한 여러 유럽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추기경들은 “군사 행동은 극단적인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되어야 한다”며 “특히 경제적 지원을 통해 전 세계 인간의 생명권·종교의 자유·인간 존엄성을 존중하고 증진하는 외교 정책을 추구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