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4월 30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과 함께 교황의 전용차에 탑승한 안젤로 구젤(왼쪽 아래)씨. OSV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피격 사건 때 현장에서 교황을 지키고, 복자 요한 바오로 1세 교황부터 베네딕토 16세 교황까지 세 명의 교황을 가장 가까이서 보필했던 ‘교황의 그림자’ 안젤로 구젤(Angelo Gugel) 전 의전보좌관이 1월 15일 로마에서 선종했다. 향년 90세.
고인의 장례미사는 1월 17일 로마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 알레 포르나치 성당에서 교황청 국무원 총리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 주례와 전 교황청 성직자성(현 성직자부) 장관 베냐미노 스텔라 추기경,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 성 바오로 대성전 수석 사제 제임스 마이클 하비 추기경, 교황청 국무·외무장관 에드가르 페냐 파라 대주교·폴 리차드 갤러거 대주교 공동집전으로 거행됐다. 미사 후 고인은 고향인 미아네 지역 묘지에 안장됐다.
레오 14세 교황은 메시지를 통해 애도의 뜻을 전하며 “그는 세 명의 교황을 꼼꼼하고 헌신적으로 수행하며 모범적인 그리스도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추모했다.
1935년 4월 이탈리아 트레비조의 미아네에서 태어난 구젤씨는 1955년 바티칸 경비대에 입대하며 교황청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베네토교구장이었던 알비노 루치아니 주교(복자 요한 바오로 1세 교황)의 운전기사로 일했으며, 그가 교황으로 즉위한 이후부터 교황 의전보좌관으로 봉직했다. 그는 이러한 인연으로 요한 바오로 1세 교황이 복자품을 받을 때 증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81년 5월 13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총격을 받고 부상을 당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을 안고 있는 안젤로 구젤씨. OSV
구젤씨의 충직함은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재임 기간에 더욱 빛을 발했다. 그는 교황 의전보좌관으로서 1981년 5월 13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발생한 교황 암살 시도 당시 총탄에 맞은 교황의 곁을 끝까지 지켰으며,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해 교황의 생명을 구한 이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이를 포함해 27년 동안 ‘침묵의 증인’으로 교황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했다. 그는 베네딕토 16세 교황 재위기인 2005년 만 70세 나이로 은퇴했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구젤씨의 선종 소식을 전하며 “그는 직무상 비밀을 가족에게조차 발설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며 “교황의 곁에서 헌신적이고 절제된 태도로 일해온 그는 진정한 의미의 ‘베드로의 조력자’였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