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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혹한 신이 지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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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절대로 내가 있는 곳까지 추락하지 못해.”


가스라이팅 성 학대 피해와 치유를 다룬 문제작 「잔혹한 신이 지배한다」를 꿰뚫는 대사다. 피해자 제르미의 반복적 외상 침습, 파멸로 치닫는 삶, 곁을 지켜준 이를 통한 회복 과정을 그렸다. 작중 제르미는 죄가 있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희생정신 때문에 성 학대 피해로 내몰렸다.


이처럼 죄 없이 극형을 받는 사람이 너무나도 많다. 가자 지구 피난민 이스라는 한밤중 폭격 피해로 오른손과 다리를 절단당했다. 회복도 못 한 소녀가 병원에서 마주한 건, 살아남음조차 원망하게 되는 절망뿐이었다. 폭격 직전만 해도 담소를 나누던 동생의 싸늘한 주검이었다. 2025년 전 세계 50개국 넘는 분쟁 지역의 사망자 25만 명, 강제 이주민 1억2210만 명의 현실이다.


신의 부재만이 압도하는 세상에서, 서로 사랑하는 인간들을 통해 현존을 드러내는 하느님을 찾았다. 1월 22일 인보 성체 수도회 서울 수도원에서 만난 농아 심재기(91·루치아) 수녀 인터뷰에서였다.


농아임에도 스스로 세례받고, 성소를 갈망하고, “나를 불러주고 받아주신 하느님과 수녀님들을 사랑한다”며 50년 이상 수도복 재봉 소임을 다한 심 수녀, 둘만의 수신호까지 만들어 소통했던 40년 단짝 고(故) 신봉립(안토니아) 수녀, 손짓과 수어를 조금이라도 익혀 소통했던 가족 수녀들의 사랑 이야기였다.


제르미는 의붓형 이안의 동행으로 파멸을 면했다. 학령기가 되면 퇴소해 ‘엄마 수녀님’과 생이별하고 또다시 버림받게 되는 해성보육원 아이들을 위해 가톨릭아동청소년재단이 그룹홈 2개소를 열고자 분투 중이다. 우리는 어떤 신이 지배하는 세상을 살고 싶은가.


박주현 기자 ogoya@ca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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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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