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내가 졌어. 어른들이 그렇게 정해놓았잖아. 내가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이 없잖아.” 유리는 그렇게 말하고 소리 내어 울었다.“
소설가 최은영 안젤라의 짧은 소설 <저녁 산책>은 성당 복사단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복사를 서지 못하는 딸 유리를 둔 엄마를 소개합니다. 첫영성체를 마치고 복사단에 들어간 유리는 학년이 올라가면 소복사에서 종을 치는 대복사가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도 유리는 대복사가 될 수 없었습니다. 여성이기 때문입니다. 성당 방침이 그러했고 본당 신자들의 마음이 그러했습니다. 결국 남성 복사들과 싸움까지 한 유리는 어른들이 정해놓은 규칙에 자신은 아무리 말해도 소용없었다며 울음을 터트립니다.
어찌 소설 속 유리만 그럴까. 남성과 여성이 함께 하늘을 보지만 그 하늘에 갈 수 있는 건 언제나 극소수의 여성과 대다수의 남성입니다. 유리천장. 충분한 능력을 갖춘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지 못하는 장벽인 유리천장은, 있지만 보이지 않기에 더 악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우리 교회에 그 유리천장에 작은 금이 가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최근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에 여성인 조정실 소피아가 선임되었습니다. 전국 평협 차원에서 여성이 평협회장을 맡은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지금까지 평신도를 대표하는 자리인 평협회장은 모두 남성이었습니다. 공식 취임을 앞두고 있는 조 신임 회장은 가톨릭평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교회에 작은 보탬이 될 수 있다면 감사할 따름”이라며 “모든 걸 하느님께 맡기겠다”고 밝혔습니다.
조 회장이 첫 여성 평협 회장이 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성 친화적인 본당이 있습니다. 조 회장은 의정부교구 마두동본당에서 총회장은 물론이고 성체분배를 했습니다. 여성 복사를 세우는 것도 꺼리는 본당이 있는 우리 교회 분위기에 여성 성체분배자를 허락한 마두동본당의 선택은 놀랍기만 합니다. 한국 신자들이 해외 미사에서 수녀님이 아닌 여성 평신도 성체분배자를 만나면 신기해하곤 하는데, 성별 구분 없이 모두를 포용한 본당의 선택이 첫 여성 평협 회장을 만들었습니다.
한국 교회에서 생소할 뿐이지 이미 바티칸은 여성 친화적인 교회로 변하고 있습니다. 성체분배는 물론이고 남성만 할 수 있었던 독서직과 시종직을 이제는 여성도 할 수 있습니다. 추기경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교황청 장관을 여성이 맡은 일도 있었습니다. 바티칸의 살림살이를 담당하는 바티칸 시국 행정부 사무총장도 여성이 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교황청에 속해 있는 여러 위원회에서 여성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제 여성이 없는 교황청은 상상하기도 힘듭니다. 이렇게 분명히 교회는 여성과 남성이 함께 걷는 시노드 교회를 만들고 있습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여성, 교회 유리천장을 깨다>입니다. 소설 속 유리가 더 이상 울지 않고 당당히 종소리를 낼 수 있는 교회를 꿈꾸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