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 시기가 끝나면 교회는 ‘연중 시기(Ordinary Time)’에 들어간다. 연중 시기는 성탄 시기, 사순 시기, 부활 시기, 대림 시기 외의 기간을 말한다. 영어에서 ‘ordinary’는 “일상적인, 흔한, 평범한”이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특별할 것 없는 시간이라는 의미처럼 들린다.
하지만 ‘연중 시기’라는 이름은 원래, 그 주간들이 ‘서수’, 예컨대 1주일째, 2주일째, 3주일째로 번호가 매겨진다는 사실에서 왔다. 예를 들어 지난 주일은 ‘연중 제4주일’이었다. 올해는 사순 시기가 시작되기 전까지 연중 주일이 여섯 번 있다. 그리고 성령 강림 대축일 이후에야 다시 연중 시기로 돌아온다. 연중 시기는 대림 시기까지 이어지며, 올해 연중 시기는 모두 34주간이다.
그러나 연중 시기가 꼭 ‘평범’해야 할 이유는 없다. 성경과 기도의 체험을 더 깊게 하는 시간으로 삼는다면 연중 시기는 특별해질 수 있다.
가톨릭 신자들이 성경을 너무 적게 읽는 현실은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가톨릭 신자 가운데 성경을 적어도 주 1회 읽는 비율은 12에 불과한 반면, 복음주의 그리스도인은 52에 달한다. 우리는 정말로 성경이 하느님의 말씀이라고 믿는가?
한때 가톨릭 성직자들은 평신도들이 성경을 읽는 것을 권하지 않았다. 성경을 읽다 보면 개신교로 기울 수 있다고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평신도가 성경을 읽을 필요가 없고, 성직자가 무엇을 믿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알려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 시절 가톨릭은 성경을 근본주의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어, 진화를 부정하고 세상이 7일 만에 창조됐다고 믿기도 했다.
이 흐름은 비오 12세 교황 아래에서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가톨릭 성서학자들이 근본주의를 거부하고, 성경 해석에서 현대의 역사적·문학적 연구 도구들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러한 성서학의 혁명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토대를 마련했다.
연중 시기 동안 교회는 우리가 구약과 신약의 성경 말씀에 깊이 잠기도록 초대한다. 1969년 가톨릭교회는 주일 미사 독서를 3년 주기(가·나·다 해)로 구성해 발표했다. 올해는 ‘가해’로, 마태오 복음을 사용한다. 나해는 마르코, 다해는 루카 복음을 사용한다. 제1독서는 복음에 나타난 어떤 주제를 이어받아 구약에서 선택된다. 반면 제2독서는 다른 독서들과 주제적으로 연결되지 않고 신약 서간들에서 연속해서 읽는다.
이러한 공통 전례 독서의 장점은, 어떤 본당 공동체든 사목자의 취향이나 편중된 선택에만 의존하지 않게 해 준다는 점이다. 대신 성경 전체를 폭넓게 맛볼 수 있도록 이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은 주일에 성경을 ‘듣기만’ 해서는 안 된다. 성당에 가기 전, 그 주간에 말씀을 읽고 기도하며 묵상해야 한다. 사목자가 성경을 어떻게 해석하는지 듣고 기다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먼저 우리 스스로 읽고 성령께서 하느님의 말씀을 통해 내게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런 다음 강론을 들을 때, 내 묵상과 강론의 내용을 마음속으로 비교해 볼 수 있다. 사목자와 같은 통찰을 얻었을 수도 있고,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반응했을 수도 있다. 사목자가 독서의 핵심을 놓쳤다고 느낄 수도 있고, 내가 놓친 것을 사목자가 짚어줬다고 느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미사 전에 성경을 읽어두면 전례 안에서의 체험이 훨씬 풍성해진다.
성경을 읽기 전에, 잠시 멈춰 머릿속을 비우고 하느님 앞에 자신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이렇게 짧게 기도해 보라. “아버지, 오늘 말씀을 통해 제게 하시려는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성령을 제 마음에 보내주소서.”
성경을 읽은 뒤에는 “이 독서가 성부에 대해, 예수님에 대해, 성령에 대해 무엇을 말해 주는가?”라고 자문하며 묵상할 수 있다. 그러다 보면 독서 안에서 하느님의 자비와 사랑을 보게 될 것이다. 이어서 “이 말씀이 지금 내 삶에 대해 무엇을 말하는가?”라고 물어볼 수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의 응답은 기도로 나아가야 한다. 하느님을 찬미하고 감사하게 될 수도 있고, 죄를 뉘우치며 더 나아갈 은총을 청하게 될 수도 있다. 혹은 다른 사람들과 우리 세상을 위해 기도하도록 인도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다. 먼저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그분이 내게 하시는 말을 듣고, 그 다음 내 마음으로 응답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에게는 묵상보다, 상상력을 사용해 복음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기도에 더 도움이 된다. 핵심은 마음과 생각으로 하느님과 대화하는 것이다.
주일 성경을 묵상하고 기도하는 일은 혼자만 할 필요가 없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경을 나누며 묵상할 때 오는 풍요로움이 있다. 이는 직접 만나서 할 수도 있고, 온라인에서 할 수도 있다. 함께할 시간을 정하기 어려운 이들은 전용 페이스북 페이지나 단체 문자 채팅으로도 가능하다.
우리가 주기적으로 성경을 읽고, 서로의 묵상을 나누며, 하느님과 계속해서 대화한다면, 연중 시기에도 충분히 ‘특별한’ 그리스도인이 될 수 있다.
글 _ 토머스 리스 신부
미국 예수회 사제로 1974년 사제품을 받고 ‘아메리카’지 기자 및 편집장을 역임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인사이드 바티칸」 등 교회 조직과 정치에 관한 다양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