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2025년 4월 8일 우크라이나 동부 자포리자에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에게 빵을 나눠주고 있다. OSV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으로부터 훈장 수상자로 지명된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이 “훈장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혀 화제가 되고 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소식을 듣고 “제 가슴은 그 훈장을 달기에 너무나 작다”며 “4년 동안 우크라이나를 돕는 데 이바지한 모든 단체와 개별 가톨릭 신자들을 모두 담으려면 엄청나게 큰 가슴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훈장 수여자로 자신이 아닌 ‘전 세계 가톨릭 신자’를 함께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1월 22일 49명에게 3급 공로 훈장을 수여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도 그들 중 한 명이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수년간 우크라이나인들에 대한 보편 교회의 인도적 지원을 총괄한 공로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이날 자신을 방문한 안드리 유라쉬 주교황청 우크라이나 대사에게 “우크라이나 대통령께서 가톨릭교회의 노력을 알아봐 주셔서 매우 감동받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훈장을 받을 수 없다”고 밝혔다.
OSV 뉴스에 따르면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유라쉬 대사에게 “지난 4년간 고통받는 우크라이나를 도운 일은 그저 내 일이어서 한 것뿐이며, 사제로서 고통받는 이웃을 돕는 것은 제 의무이자 직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교황청의 인도적 지원 활동을 총괄하고 있다. 보편 교회는 4년간의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크라이나에 현재까지 수백만 달러를 지원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재위 기간 열 차례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구호품을 기부하고, 우크라이나인들을 안아주며 교황의 위로를 대신 전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많은 가톨릭 단체가 바티칸에 와서 돈과 물품을 기부한다”며 “교황청은 우크라이나를 돕는 믿을 수 있는 통로이기 때문”이라면서 가진 것을 내놓은 사례들을 소개했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매달 500달러씩 보내주는 사제가 한 명 있다”며 “이런 사제들도 알려지지 않는데, 어떻게 내가 가만히 서서 훈장을 달고 있을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여전히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주민들은 정부가 운영하는 텐트 대피소로 피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겨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대규모 공격으로 수도를 비롯한 전국 여러 도시의 전력망이 파괴돼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은 “밤낮없는 폭격에 우크라이나 국민이 잠을 자지 못해 수면을 돕는 멜라토닌 호르몬제를 보내고 있다”며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로부터 버려졌고, 이 기회를 틈타 의도적으로 공격을 감행하는 러시아의 행태는 ‘집단 학살’과 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신자들에게는 “겨울에 키이우는 정전이 되면 도시 전체가 악몽과 같아진다”면서 “가톨릭 신자들이 우크라이나를 비롯한 침략당한 나라들을 지원하는 데 변함없이 헌신해주길 부탁한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