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은 2월 11일 제34차 세계 병자의 날 담화에서 복음 속 ‘사마리아인의 정신’을 그리스도인의 삶의 방식으로 제시했다. 환대와 용기, 헌신과 지지의 태도,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에 뿌리를 둔 형제애가 우리 삶에 항상 반영되기를 바란다는 당부다. 병자를 돌보는 일은 선택적 선행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에 닿아 있는 소명임을 환기한다. 특히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자신을 내어주는 태도가 삶 안에서 어떻게 구현돼야 하는지 분명히 짚는다.
오늘날 병자들은 병상 위에만 있지 않다. 제도 밖으로 밀려난 이들, 의료 접근권을 잃은 이들, 사회적 관계가 끊어진 이웃들 또한 우리 시대 병자들이다. 이들의 고통은 질병에 더해 고립과 빈곤, 심리적 상처가 겹겹이 쌓인 복합적 현실로 이어지고 있다.
교회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서울 쪽방촌을 중심으로 의료 사각지대 이웃들과 동행해 온 요셉의원의 활동은 치료를 넘어 삶의 회복을 향한 동반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방문 진료와 심리 상담, 복지와 법률 지원을 아우르는 현장에서의 실천은 병자들의 삶에 깊이 개입하며, 교회가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증언하고 있다.
상처 입은 이를 가엾이 여기고 멈춰서 치료해 준 사마리아인의 모습(루카 10,33?35 참조)은 그 자체로 교회의 소명을 드러낸다. 다가가 상처를 씻기고, 함께 걷고, 끝까지 책임지는 태도야말로 신앙의 구체적 증언이다. 병자 곁에 머무는 교회, 낯선 이의 고통을 품는 공동체가 되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정신은 오늘 우리의 거리에서, 가정에서, 시설과 병원에서 다시 구현돼야 할 교회 공동체의 사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