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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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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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다시 전쟁의 언어로 가득 차 있다. 가자지구의 학살, 우크라이나 전쟁, 이란 정권의 국가 폭력, 그린란드에 대한 미국의 군사적 위협…. 소식만 들어도 어지럽고 불안하다. 초강대국 지도자들의 폭력적이고 무책임한 언설은 전쟁이 이제 더는 비상 상황이 아니라 정치의 상시적 수단이 되어가고 있음을 알려 준다. 


평화와 전쟁 사이에서 오랜 세월 갈등을 겪으며 어렵게 성취한 한국의 민주주의도, 전쟁까지 기획해 놓은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큰 위기를 경험했다. 전쟁의 시대, 우리는 어떻게 평화를 증언하고 실행하는 사람들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은 그냥 물음이 아니라, 희생과 용기가 필요한 공동체의 물음이다.


전쟁의 현실을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군사전략이나 정책이 아니라, 고통받는 사람들 개개인이다. 전쟁의 고통은 육체적 파괴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피해자들의 비탄, 지속되는 폭력에 대한 불안, 사람들이 겪는 도덕적·심리적 손상, 그리고 증오와 차별을 포함한다. 


어떤 전쟁이든 평화를 향한 신뢰 자체를 잠식하는 것이어서, 항상 인간성을 훼손한다. 우리는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손쉽게 말하는 대신, 누가 고통받는지, 누가 침묵을 강요하는지, 누가 양심을 포기하도록 압박하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미국의 군종대교구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는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침공 발언을 두고, 이 군사 명령은 “윤리적으로 의심스러운 경우”이며 “정당한 전쟁의 상황이라고도 전혀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한다. 군인은 양심에 따라 이런 명령에 불복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옳다고 분명하게 짚어준다. 


교회는 단순히 질서나 복종을 절대화할 수 없다. 교회는 오랫동안 ‘전쟁은 엄격하게 규정된 조건 아래서 필요악으로 수행될 수 있다는 견해’인 ‘정당한 전쟁’ 이론을 교리로 채택했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권력의 군사적 결정 앞에서 개인의 양심이 지니는 우선성을 더욱 강조하는 전환점을 마련한다. 양심은 주관적 기분이 아니라, 하느님 앞에서 진리를 식별하려는 인간의 가장 깊은 내적 능력이다. 따라서 명령이 불의할 때, 복종보다 양심이 우선한다는 말은, 교회의 급진성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의 정통성에 속한다.


‘세계 평화의 날’이 제정된 이후 발표된 첫 담화에서,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평화를 인권과 직접 연결지었다.(‘인권의 증진, 평화의 길’) 인권은 정의로운 사회의 구성 요소이며, 평화는 통합적이고 정의롭고 참여적인 발전의 성취이다. 인권을 유지하는 일은 평화가 의미하는 것과 상당 부분 같다. 


그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도 “모든 인권이 존중된다면 어떻게 전쟁이 있을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인권의 문화는 필연적으로 평화의 문화라고 말한다.(‘인간권리의 존중’) “평화는 선으로 증진되어야 하는 선이다”라는 교회의 선언은 폭력과 전쟁에 대한 모든 위선에 정면으로 맞선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평화가 실제로 가능한지 의심한다. 이 ‘회의적인 확신’에 맞서는 것이 교회의 과제이다. 평화는 정적인 상태가 아니라 역동적인 과정이며, 반드시 창조되어야 하고 항상 점진적인 실현의 과정에 있다. 성 바오로 6세 교황은 “평화는 의무로 간주될 때에만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간 실존의 요구에서 나오는 내적 강제력이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평화는 가능하며, 우리의 의무이다. 양심은 사회적이며, 신앙은 공적이다. 전쟁의 시대에 그리스도인은, 무관심이 아니라 분별을, 침묵이 아니라 책임 있는 발언을 요청받는다. 평화는 이상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인간을 인간으로 대하려는, 가장 현실적인 신앙의 태도이다.



글 _ 박상훈 알렉산데르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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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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