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의 현장에 세워진 제주교구 중문성당이 28일 새 성전 기공식을 열고, 치유와 평화를 향한 첫 삽을 뜬다. 제주 중문본당 제공
제주 4·3 사건의 아픔이 간직된 땅에 치유와 평화를 기념하는 새 성전이 건립된다. 제주 4·3 현장에 세워진 제주교구 중문본당은 28일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천제연로 149 현지에서 새 성전 기공식을 열고, 치유와 평화를 향한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이날 성당의 새 명칭도 공개된다.
이로써 중문성당 일대가 4·3을 더욱 기념하는 곳으로 거듭나게 된다. 새 성전은 약 1322㎡(400평) 규모로 지어지며, 기존 중문성당은 37평 규모의 ‘치유와 평화의 기억관’으로 탈바꿈한다. 공사는 2027년 7월 중순 전 완료를 목표로 한다.
4·3 사건의 역사는 194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좌익계열 남로당이 3·1절 기념식에서 도모한 반정부 집회에 경찰이 시위 군중에 발포한 사건으로 촉발됐다. 이때 희생당한 이들 대부분은 민간인이었다. 소위 ‘3·1절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총선에 반대하는 좌익의 무장 봉기와 진압이 이뤄졌고, 그 과정에서 제주 주민이 대거 희생당했다.
이전에도 복음화의 손길이 뻗었지만, 방치된 학살의 현장에 다시금 신앙 공동체가 들어선 것은 6·25전쟁 이후였다. 전쟁으로 이곳 인근 화순항을 통해 1만여 명이 제주에 피난을 온 것이다. 1955년 공소가 마련된 이후 모본당이었던 서귀포본당 주임 한 파트리치오(성골롬반외방선교회) 신부는 미국 구호협회를 통해 밀가루와 기름 등 먹을거리를 나눠줬다.
주민들은 교회의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 버려진 땅 850평을 기증했다. 이를 받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을 위로하고, 치유와 평화의 땅으로 거듭나자는 마음을 담아 세운 것이 바로 37평 규모 공소다. 중문본당의 전신이다. 1988년 본당으로 승격한 이후에도 골롬반 선교 사제들의 사목적 노력에 힘입어 공동체는 아픔을 치유로 딛고 지역 사회에 나눔을 실천하는 곳으로 거듭나 현재에 이른다.
중문본당 주임 고병수 신부는 “전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님께서 8년 전 제주 4·3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중문본당을 ‘4·3 기념성당’으로 지정하신 뒤 매년 4월 3일마다 기념미사가 이곳에서 거행되고 있다”며 “시대의 아픔을 고스란히 안고 있는 새 성전을 봉헌하며, 아픔의 땅을 치유의 땅으로 만들고자 했던 외국인 사제들과 교회의 노력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구 사무처장 이찬홍 신부는 “새로 봉헌될 ‘4·3 기념성당’이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 제주교구대회에 오는 수많은 전 세계 젊은이에게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상징적인 공간이 되길 함께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