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오전 6시30분. 아직 세상은 깜깜하다. 집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다. 영하 10도를 오가는 맹추위를 뚫고 그분들도 오고 계시겠지. 성가소비녀회에서 운영하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무료 병원인 ‘성가복지병원’에 도착하니 마침 봉사자분들이 작업복을 입고 시작기도를 하려던 중이었다. 졸음 가득한 기자와 달리 너무나 밝은 얼굴이다.
이곳에는 10년 넘게 주일 아침마다 봉사를 하는 부자(父子)가 있다. 아버지 유병상(안드레아) 씨와 아들 유현재(니콜라오) 씨가 현재 담당하는 일은 병원 2층 전체 청소다. 능숙하게 청소 도구를 잡은 이들은 바로 자기 담당 자리로 흩어져 묵묵히 청소에 열중했다.
일이 마무리되자 인터뷰가 이어졌다. 두 부자는 “신문에서 취재하러 오니 오늘은 더 열심히 일한 것 같다”고 소탈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이야기 중 아들 현재 씨가 “수녀님과 저희와 함께하는 봉사자들의 격려와 배려가 큰 도움이 됐다”며 “다른 곳에서도 팀워크를 이룰 때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세와 책임감을 체득할 수 있었다”고 전한 말이 큰 울림으로 남았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역시 헤아려 주는 관심, 따뜻한 감사와 격려 그리고 서로 위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또 한 번 배운다.
1990년 무료 병원으로 전환한 성가복지병원은 정부 보조금 없이 후원자들의 후원금과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으로 꾸려가고 있다. 또한 무료 급식소 ‘쉼터’도 운영하며 독거노인이나 노숙자들에게 매주 두 차례 따뜻한 점심 식사를 제공한다. 이런 곳이 존재하기에 따스한 햇살이 세상을 다시 비추는 것 아닐까? 어느덧 밝아진 바깥을 향해 문을 나선다.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