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전 대통령이 체포된 뒤 가톨릭교회와 베네수엘라 새 정부 간에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미국 교계 매체 EWTN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전 카라카스대교구장 발타사르 포라스 추기경이 1월 30일 압수당했던 여권을 돌려받았다. 포라스 추기경은 여권 반환 당일 SNS에 “베네수엘라 시민으로서 여권을 갖고 있다”고 게시했다. 베네수엘라 주교회의는 “여권 반환은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부당한 박해의 끝을 알리는 신호”라고 환영했다.
포라스 추기경은 지난해 12월 10일 교황청 회의 참석차 로마와 스페인 등으로 출국하려던 중 베네수엘라 공항 이민국 및 정보기관(SEBIN) 요원들에 의해 여권을 압수당했다. 당국은 공항 출국 심사대에서 여권을 스캔하자 전산상 사망자로 뜬다는 구실을 댔다. 이에 포라스 추기경은 바티칸 여권을 제시했지만, 당국은 “이중 국적자는 베네수엘라 여권으로만 나갈 수 있다”며 출국을 제한했다. 심지어 마약 탐지견을 동원하고 두 시간 동안 억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포라스 추기경은 여권 압수와 동시에 이동의 자유도 제한됐다. 정보 기관의 지속적인 감시와 미행 등이 이어지며 사실상 연금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포라스 추기경을 향한 감시는 출국 수일 전 정치범 석방 촉구와 베네수엘라의 인권 탄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이 이유였다. 특히 그는 베네수엘라 교회와 영향력을 지닌 종교 지도자로활동해왔기에 마두로 정권의 눈엣가시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지난 1월 3일 마두로 전 대통령이 미국에 체포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새 과도정부가 국정을 운영하면서 200명 넘는 정치범들도 석방됐다. 또 집회는 별다른 탄압 없이 진행됐고, 야당 인사들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런 중에 교황청 국무원은 베네수엘라 과도정부와 물밑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포라스 추기경도 결국 50여 일간 권리가 제한된 끝에 1월 30일 여권을 돌려받게 된 것이다.
포라스 추기경과 전 주교회의 의장 디에고 파드론 추기경, 오비디오 페레스 모랄레스 대주교는 1월 31일 서한을 발표하고 “정치범을 즉각 석방해야 하며, 정부는 국민과 소통해야 한다”며 “정부는 주권 국민의 다수 의지에 복종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