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의미와 전례 특징

“사람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십시오.”(창세 3,19)
‘재의 수요일’은 사순 시기를 시작하는 첫날이다. 성경에서 ‘재와 먼지’는 속죄와 참회의 상징으로, 구약 시대 이스라엘 백성은 참회와 슬픔을 표현할 때 머리에 재를 뒤집어쓰고 자루 옷을 입었다.(2사무 13,19; 에스 4,1) 이러한 참회 예식이 교회 전통 안으로 받아들여지며 재의 수요일이 형성됐다.
이날 재의 예식에서는 지난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에 축복한 나뭇가지를 태워 만든 재를 신자들의 이마나 머리에 얹는다. 이를 통해 인간은 흙에서 와 다시 흙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겸손과 회개의 삶으로 돌아가도록 초대받는다. 재의 수요일은 단식재와 금육재를 함께 지켜야하는 날이기도 하다.
재의 예식의 핵심 의미는 단순한 참회를 넘어 궁극적으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하라는 데 있다. 하느님 뜻에 따라 회개하고, 하느님께 향한 삶을 충실히 살아가라는 권고가 담겨 있다.
올해 재의 수요일(18일)은 설 명절 공휴일과 겹친다. 재의 수요일은 보편 교회가 동일한 날짜에 지내는 전례일로, 변경할 수 없다. 재의 예식에 참여하려면 당일 미사에 참여해야 한다.
재의 수요일로 시작되는 사순 시기는 참회와 속죄를 통해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하는 기간으로, 5주간 이어진다. 이후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을 맞이하며 전례력 중 가장 거룩한 시기인 성주간이 시작된다.
성주간 중 성목요일부터 성토요일까지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 부활의 신비를 기념하는 파스카 성삼일이다. 전례력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성목요일에는 성유 축성 미사와 주님 만찬 미사가 거행되며, 성금요일에는 미사 없이 말씀의 전례와 십자가 경배, 영성체로 구성된 수난 예식만 거행된다. 성토요일은 예수님의 무덤 곁에 머물며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는 날로, 해가 진 뒤 파스카 성야 예식을 통해 부활의 기쁨을 맞이한다. 이날은 시간전례 외에 다른 전례가 없는 유일한 날이다.
사순 시기 전례의 특징은 그리스도의 수난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알렐루야와 대영광송, 사은 찬미가를 바치지 않는 것이다. 제의는 회개를 상징하는 보라색으로 바뀌고, 성인 축일도 이 시기에는 기념하지 않는다.
교회는 이 기간 동안 말씀과 성사, 전례를 통해 신자들이 신앙을 더욱 깊이 성찰하도록 이끈다. 특히 십자가의 길 기도와 고해성사를 통해 하느님과 화해하고 공동체와 다시 결합하도록 권고한다. 사순 시기의 단식과 고행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이웃에 대한 자선, 수난과 죽음 너머에 있는 부활의 영광에 대한 희망과 깊이 연결돼 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