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례 개혁을 거부하고 전통 전례법을 고수하는 성 비오 10세회(SSPX)가 교황청 승인 없이 주교를 임명하겠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이 단체는 1988년에도 교황청 승인 없이 주교를 서품한 전례가 있어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성 비오 10세회 총장 다비드 팔리아라니 신부는 2일 프랑스 플라비니 성 퀴레 다르스 신학교에서 “우리 단체의 주교들에게 주교 서품 임무를 맡기기로 공식 결정했다. 이는 총평의회 위원들의 만장일치된 조언에 따른 것”이라며 7월 1일 주교 서품식을 거행하겠다고 내비쳤다.
7월 1일은 회가 따르는 과거 전례력상 예수 성혈 축일로, 현행 전례력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에 통합됐다. 팔리아라니 신부는 “이 결정은 오로지 보편 교회의 선익을 위한 것”이라며 “교회 역사상 유례없는 비극적인 이 시대에 우리는 우리의 생존이 아니라 다른 영혼의 구원을 위해 가톨릭 사제직과 전통을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발표 후 과거 파문 사태가 재현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그럼에도 이 단체는 주교 서품을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팔리아라니 신부는 “레오 14세 교황에게 주교 임명을 요청했으나 답이 오지 않았다”며 “영혼들을 구원해야 한다는 필요성 때문에 주교 서품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교황청 공보실장 마테오 브루니 대변인은 “성 비오 10세회와 대화는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교계 외신들은 교황청이 7월 전까지 주교 서품을 만류하거나 타협점을 찾고자 시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협의가 결렬될 경우, 이 단체에 대한 자동 파문 선언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성 비오 10세회 신학교 신학생들이 스위스 한 성당에서 기도하고 있다. OSV
성 비오 10세회의 이 같은 움직임은 처음이 아니다. 1988년 단체 설립자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는 주교 4명을 서품했고, 교황청 승인이 없어 당시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은 4명 모두 파문했다. 이후 2009년 베네딕토 16세 교황이 교회 일치를 위한 대화의 물꼬를 트고자 파문 제재를 전격 철회하기도 했다. 다만 현재까지 생존한 베르나르 펠레주교(전 총장)와 알폰소 데 갈라레타 주교는 어떠한 직무 권한도 받지 못해 정직 상태로 간주되고 있다.
성 비오 10세회는 1970년 11월 프랑스인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 등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결정에 반발해 설립한 전통주의 성향의 사도생활단이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부 또는 상당수를 부정하며 전례 개혁 전 로마 전례만을 거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