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 사회가 공통으로 마주하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와 혐오·배제의 확산을 함께 성찰하고, 그 속에서 연대 가능성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와 예수회 도쿄사회사목센터는 3일 ‘혐오의 시대,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제로 한일 청년 온라인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발제를 맡은 야나가와 도모키 예수회 도쿄사회사목센터 활동가는 현재 일본 정치에서 군국주의와 배외주의, 외국인 혐오가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열린 참의원 선거에서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참정당이 약진한 사례를 들며, 기존 정당들까지 배외주의 정책 경쟁에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참정당은 헌법 개정을 통해 군비 확장과 핵무장을 지향하고, 외국인 증오를 부추기는 배타적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한일 청년들이 느끼는 무력감과 불안이 사회적 약자나 ‘적’으로 설정된 대상에 대한 분노로 전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근 확산하고 있는 심리학 ‘트라우마 인폼드 케어’를 소개했다. 차별적 발언과 행동이 만들어지는 인식의 출발점에 주목하는 방식이다. 야나가와 활동가는 “차별의 장면에서는 가해자 위치에 있지만, 동시에 자신들 역시 치유받고 싶어 하는 상처 입은 존재라는 이중적 모습을 지니고 있다”며 “교회는 상처 입은 세계와 사람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위로할 수 있을지, 나아가 차별 없는 사회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다빈(멜라니아) 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연구원은 한국 사회의 최근 민주주의 경험을 ‘빛의 혁명’이란 개념으로 조망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확산된 시민들의 항의와 참여를 중심으로, 특히 청년 여성들을 주축으로 등장한 집회 문화가 기존 분노 중심적 저항과는 다른 정치적 감수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이를 ‘부채감’이란 말로 표현했다. 그는 “빛의 혁명은 분노의 폭발이라기보다 엉망진창인 세계라도 우리의 세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사랑의 결정에 가까웠다”면서 “그 사랑은 강한 존재들의 확신이 아니라, 연약하고 취약하며 밀려난 이들이 서로를 향해 느낀 부채감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 연구원은 광장에서 가톨릭적 실천이 가장 주목받았던 장면으로 용산 대통령 관저 앞 시위 당시 한 수도회가 화장실을 내준 사례를 꼽았다. 그는 “‘서로 사랑하라’고 말하기보다 이미 사랑하고 그 사랑에 책임을 느끼는 이들이 머물도록 자리를 내어주는 일, 사랑하기에 위험을 무릅쓴 이들이 존엄을 잃지 않도록 가진 자원을 나누는 일로 받아들였다”면서 “‘우리 시대는 다르다’고 외치는 이들과 함께할 ‘다시 만날 세계’에서 교회가 세계를 사랑하는 방식 역시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