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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편과 예언서의 위로

[월간 꿈CUM] 테마로 읽는 성경 _ 위로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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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 김 사무엘


시편은 불행, 병고, 죽음과 같이 인간이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비극적인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시편은 하느님의 위로를 청하는 기도를 담고 있는데, 때로는 반항으로까지 보이는 하느님께 대한 부르짖음도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불경스러운 행위가 아니라, 그 본질은 간청입니다. 간청은 하느님의 존재, 권능, 선하심을 전제할 때만 가능하죠. 

그리고 시편이 궁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헛된 메아리로 되돌아오는 인간의 부르짖음이 아닙니다. 하느님께서는 그 부르짖음에 위로로 응답하십니다.

곤경 속에서 내가 주님을 불렀더니 주님께서 응답하시고 나를 넓은 곳으로 이끄셨네.(시편 118,5) 이 위로의 체험은 찬양으로 이어집니다.

제가 당신을 찬송하니 당신께서 제게 응답하시고 제게 구원이 되어 주셨기 때문입니다.(시편 118,21)
시편 기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하느님께 대한 신뢰입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피신처와 힘이 되시어 어려울 때마다 늘 도우셨기에 우리는 두려워하지 않네, 땅이 뒤흔들린다 해도 산들이 바다 깊은 곳으로 빠져든다 해도.(시편 46,2-3)

시편이 우리 자신의 기도가 되면, 우리 또한 시편 저자가 했던 것과 같은 체험을 하게 됩니다. 시편 저자가 비참한 상황에서 하느님께서 이루신 구원역사를 떠올리고 그분께 신뢰를 두어 위로를 얻게 되었듯이, 시편을 읽다 보면 지금 겪고 있는 고통 뒤에 가려져 있던 우리의 기억이 깨어납니다. 우리의 삶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하느님의 조건 없는 사랑에 대한 기억이 말이죠. 그 순간 이미 위로는 시작됩니다.

유배 중이던 이스라엘 백성은 하느님의 자비와 위로에 대한 믿음으로 고통과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나라가 멸망하기 직전까지도 회개하지 않고 하느님의 집인 성전이 있는 예루살렘에 위험이 닥칠 리 없다고 큰소리쳤습니다. 하지만 막상 유배를 겪고서야 자신들의 죄를 깨달았습니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죄 때문에 하느님께 버림받았다는, 하느님께서 자신들을 떠나버리셨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혔습니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해 당신 자신을 계시함으로써 백성을 격려하기를 멈추지 않으셨습니다.

정녕 주님께서는 너를 소박맞아 마음 아파하는 아내인 양 퇴박맞은 젊은 시절의 아내인 양 다시 부르신다. 너의 하느님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잠시 너를 버렸지만 크나큰 자비로 너를 다시 거두어들인다. 분노가 북받쳐 내 얼굴을 잠시 너에게서 감추었지만 영원한 자애로 너를 가엾이 여긴다.” 네 구원자이신 주님께서 말씀하신다.(이사 54,6-8)

여기서 하느님은 당신과 이스라엘 사이의 계약을 인륜으로 맺어진 관계 가운데 가장 굳건한 혼인 관계에 비유하십니다. 그러니 비록 이스라엘이 죄를 지었다고 해도 하느님과의 관계가 단칼로 자르듯이 단절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더 나아가 당신과 이스라엘의 계약을 훨씬 강한 결속력을 가진 관계, 절대로 떼어 낼 수 없는 천륜의 관계에 비유하십니다. 바로 탯줄로 이어진 모자 관계 말입니다.

여인이 제 젖먹이를 잊을 수 있느냐? 제 몸에서 난 아기를 가엾이 여기지 않을 수 있느냐? 설령 여인들은 잊는다 하더라도 나는 너를 잊지 않는다.(이사 49,15)

너희는 젖을 빨고 팔에 안겨 다니며 무릎 위에서 귀염을 받으리라. 어머니가 제 자식을 위로하듯 내가 너희를 위로하리라. 너희가 예루살렘에서 위로를 받으리라.(이사 66,12-13)
이렇게 당신께서 결코 이스라엘을 버리지 않으신다는 확신을 심어주시면서 하느님은 예루살렘을 회복시킬 뿐 아니라 이전보다 더욱 번성하게 해주실 것을 반복해서 약속하십니다.

환성을 올려라,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아! 기뻐 소리쳐라, 즐거워하여라, 산고를 겪어 보지 못한 여인아! 버림받은 여인의 아들들이 혼인한 여인의 아들들보다 많을 것이다. 주님께서 말씀하신다.(이사 54,1)

너 가련한 여인아, 광풍에 시달려도 위로받지 못한 여인아. 보라, 내가 석류석을 너의 주춧돌로 놓고 청옥으로 너의 기초를 세우리라. 너의 성가퀴들을 홍옥으로, 너의 대문들을 수정으로, 너의 성벽을 모두 보석으로 만들리라.(이사 54,11-12)

우리는 고아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느님 아버지라는 표현에 익숙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어머니이기도 하십니다. 어떤 경우라도 젖먹이를 잊을 수 없는 어머니처럼 하느님은 우리를 그렇게 돌보십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영원합니다.

“산들이 밀려나고 언덕들이 흔들린다 하여도 나의 자애는 너에게서 밀려나지 않고 내 평화의 계약은 흔들리지 아니하리라.” 너를 가엾이 여기시는 주님께서 말씀하신다.(이사 54,10)  



글 _ 함원식 신부 (이사야, 안동교구 갈전마티아본당 주임, 성서신학 박사)
1999년 사제서품 후 성경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를 위해 프랑스로 유학, 파리 가톨릭대학교(Catholique de Paris)에서 2007년 ‘요나서 해석에서의 시와 설화의 상호의존성’을 주제로 석사학위를, 2017년 ‘욥기 내 다양한 문학 장르들 사이의 대화적 관계’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삽화 _ 김 사무엘
경희대학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건축 디자이너이며, 제주아마추어미술인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제주 중문, 강정, 삼양 등지에서 수채화 위주의 그림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 건축 인테리어 회사인 Design SAM의 대표이다.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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