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미사가 있습니다. 오직 하나의 지향만을 가지고 봉헌되는 미사가 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무려 1500번이나 기도가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빌고 비는 미사. 지극 정성도 이런 지극 정성이 없습니다. 이 미사는 바로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입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는 1995년 3월 7일 고 김수환 추기경이 첫 미사를 집전하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고리기도처럼 매주 화요일 저녁 명동대성당에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사 후에 묵주기도를 바칩니다. 물론 묵주기도의 지향도 평화입니다. 이 묵주기도는 2017년 파티마 성모발현 100주년을 기념하며 시작되었습니다. 올해로 9년째 입니다.
무엇보다 서울의 명동대성당과 평양의 장충성당에서는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가 같은 시간에 봉헌되고 있습니다. 교구 민족화해위원회와 북한의 천주교 공식 기구인 조선카톨릭협회가 1995년 8월 15일, 프란치스코 성인의 '평화를 구하는 기도'를 함께 봉헌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것입니다. 남한의 신자들과 평양 장충성당 신자들이 같은 날 같은 시간에 기도를 바치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한반도의 평화를 기원하며 봉헌되는 미사가 어느새 1,500회를 맞이했습니다. 햇수로는 31년. 이번 1500차 미사에서는 서울대교구 민족화해위원장 정순택 대주교가 미사를 주례했습니다. 주한 교황대사 조반니 가스파리 대주교 등 교회 안팎의 주요 인사들과 신자들이 모여 남북 화해와 한반도 평화를 함께 기원했습니다.
정순택 대주교는 강론에서 “31년 가까운 시간 동안 하나의 지향으로 정기 미사를 봉헌해 온 일은 한국 천주교 역사에서도 유례없는 일”이라며 “이는 한반도 평화와 남북의 화해와 일치가 우리 민족에게 얼마나 중요한 과제인지를 보여준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정 대주교는 남북관계와 관련해 “우리는 우리 안에 자리한 완고함과 우월의식을 돌아봐야 한다”며 “서로를 형제요 이웃으로 바라볼 때, 고착된 관계는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 미사는 단순히 숫자를 세는 미사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지켜온 미사이자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미사”라고 말했습니다.
미사에는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참석하여 축사를 전했습니다. 정 장관은 “화해와 용서, 생명과 평화를 향한 숨결이 가득한 이곳 명동대성당에서 제1500차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미사’에 함께 기도할 수 있어 뜻깊다”며 오랜 세월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해 헌신해 온 서울대교구와 민족화해위원회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또한 정 장관은 민간인이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낸 데 대해 “북측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 차원에서 나온 공식 사과였습니다. 이에 12일 북한의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공식적으로 유감을 표명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며 화답했습니다. 이렇게 작지만 소중한 남북 간의 신뢰가 쌓이다 보면 어느새 남북 간에도 화해의 봄이 올 것입니다.
오늘 사제의 눈 제목은 <1500번의 용서와 일치>입니다. 한반도에 봄바람과 같은 평화의 바람이 불기를 바라며 오늘도 평화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