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
현대 사회에서 전 세계는 그레고리력(양력)을 표준 달력으로 쓰기 때문에 공식적인 새해의 첫날은 양력 1월 1일이지만, 동아시아의 일부 국가들, 음력을 함께 쓰는 나라들은 전통적으로 음력 1월 1일을 설날로 지낸다. 우리나라도 양력 1월 1일은 한 해의 첫날 정도로 생각하고 음력설을 우리 민족의 고유한 명절로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수도원에서도 양력 1월 1일보다는 음력설에 이런저런 행사를 많이 하게 된다. 일 년에 한두 번 입어보는 한복도 꺼내 입고 수도원 어르신들에게 세배를 한다. 가족 수도회 어르신 수녀님들께 세배를 드리면 덕담과 더불어 사탕을 세뱃돈으로 주시고, 우리 수도회 어르신 수사님들께 세배를 드리면 덕담과 더불어 거금 5000원을 세뱃돈으로 주신다. 받은 세뱃돈을 가지고 무엇을 할까, 기쁜 고민을 하면서 설음식을 장만해주시는 수녀님들을 도와드린다. 수녀님들과 함께 갈비도 재고 전도 부치고 떡국도 끓여 내니 수도원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가득하다.
먹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오래간만에 함께 모여 이런저런 놀이를 하는 것도 설의 재미 가운데 하나다. 설 연휴가 길다 보니 원장 수사님께서 연휴 일정을 꼼꼼하게 짜신다. 연휴 첫날은 오후에 물통 축구를, 둘째 날은 모두 함께 윷놀이를, 셋째 날에는 다 함께 등산을 간다.
지방 분원에 있는 수사님들도 모두 명절을 지내러 올라오니 물통축구를 해도, 윳놀이를 해도 시끌벅적하다. 수도원 좁은 마당에서 물통축구를 하는데 보통 때 같으면 10명이지만 명절에 다들 모이니 20명이 우르르 공을 쫓아다니는데 사람이 많아서 축구공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도 않는다. 먼지만 가득하다.
윷놀이를 할 때도 사람들이 많으니 4팀으로 나누어 게임을 하게 되는데, 우승 팀에게는 꽤 묵직한 선물이 주어지기 때문에 윷놀이가 꽤 치열하다. 낙을 하여 팀에 민폐를 끼친 사람에게 쏟아지는 야유, 모가 나왔다고 지르는 기쁨의 환호 소리, 뒷말에게 잡혀 끌려 내려올 때 터지는 곡소리로 수도원 회의실은 들썩들썩하고 귀가 멍멍하다. 말판을 잘못 놓았다고 평생 들을 욕을 다 듣고 시무룩해진 수사님은 원장님이 따라주는 막걸리에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말판을 놓는다. 이렇게 또 한 해가 시작된다.
글 _ 안성철 신부 (마조리노, 성 바오로 수도회)
1991년 성 바오로 수도회에 입회, 1999년 서울가톨릭대학교 대학원에서 선교신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1년 사제서품 후 유학, 2004년 뉴욕대학교 홍보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이후 성 바오로 수도회 홍보팀 팀장, 성 바오로 수도회 관구장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 「신부생활」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