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이거 좀 봐요. 너무 웃겨!”
뭔 일로 저리 호들갑인가 싶었습니다. 지난해 설 명절 연휴였는데요. 저희 아이가 대학에 입학도 하기 전에 미리 수시에서 합격한 같은 대학 24학번 아이들과 단체 대화방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더군요. 내용은 이랬습니다.
A : (친척 어른들이) 나한테 인생 그렇게 살면 나중에 인생 말아 먹는다,
대학 가서도 어쩌구 저쩌구 잔소리를 막 하는데. 아, 진짜!
B : 그런데, 너 용돈(세뱃돈)은 받음?
A : 응.
C : 그러면 뭐…, 덕담이지!
B : 얼마?
A : 78만원.
C : 야!C, 그러면 조언이지!
B : 아니지! 그럼 명언이지!
저도 아이들 대화 내용을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제 머릿속에서 소위 ‘잔머리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지요. 명절이 곧 다가오는데 이걸 어쩐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아이들 용돈에 눈높이 맞추기가 정말 힘듭니다.
세뱃돈을 어떻게 나눠줄까, 졸업까지 했으면 대우를 어떻게 더 해줘야 하나. 저렇게 잔소리로 여기지 않고 서로 기분좋게 주고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들 말이죠.
한편으로 아이들의 대화를 보며 ‘참, 요즘 애들…, 에효…’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사고나 말투를 탓하기 전에 어른인 우리도 한번 생각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중학생 아이들에게 들은 말인데요. 그 아이들도 어른들 말이 어느 정도 맞다고 생각은 한답니다. 놀랍게도 말이죠. 그런데 왜 그렇게 말을 안 듣고 무시하냐고 물으니 “맞는 말을 해도 꼭, 기분 드럽게 말해요”라고 했습니다. 솔직히 많은 어른들은 칭찬에 매우 인색하고, 칭찬을 해도 꼭 끝에 조종하기 위한 말을 덧붙이거나 비아냥거림, 부정의 반응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잘 할 거면서, 다음엔 국어만 좀 더 올리면 되겠네.”
“수학은 이렇게 잘 하면서 과학은 왜 이래?”
“갑자기 웬 수의사? 개 좋아하면 다 수의사 하냐? 네 등급이나 좀 보고 말해.”
“피곤하기는! 밤에 잠 안 자고 새벽까지 폰만 붙들고 사는 주제에.”
“힘들기는 뭐가 힘들어. 아주 학원 가기 싫어서 슬슬 시동을 거는구만!” 어떻게 보면 먼저 시비를 거는 쪽(아이들은 이 말을 ‘선시 턴다’고 합니다)은 아이들이 아니라 어른일지도 모릅니다.
게다가 비아냥거림보다 더 무섭고 폭력적인 말은 “내 말 들어!”입니다. 아이의 주도성과 주체성의 싹을 자르는 말이니까요.
새해를 시작하며 아이들에게 칭찬과 덕담을 해주고 싶다면 아이 말에 부정
의 반응만 하지 않아도 좋겠습니다.
순수 칭찬이 잘 안되면 ‘얼굴 보니까 좋다’처럼 존재에 대한 인정과 긍정, 아이 스스로 잘생긴 걸 안다면 ‘얼천이 따로 없네(얼굴천재)’, ‘이야! 어떻게 밖에나와서 인사를 다 하네, 사춘기 아이들이!’라고 행동 인정의 말, 감탄의 말로 칭찬과 덕담을 대신해도 좋겠습니다.
순수 칭찬이 어려워도 그 말 한마디 한마디에 돈 10만원이 5만원으로 줄어들 수 있다면? ‘말 한마디에 천냥 빚도 갚는다’고 서로가 적절하게 기분 좋은 자리가 되면 좋지 않을까요? 오늘도 당신의 자녀와 안녕하기를 빌어봅니다.
글 _ 최진희 (안나, 서울대교구 문래동본당)
국문학을 전공하고 방송 구성작가로 10여 년을 일했다. 어느 날 엄마가 되었고 아이와 함께 가는 길을 찾아 나서다 책놀이 선생님, 독서지도 선생님이 되었다. 동화구연을 배웠고, 2011년 색동회 대한민국 어머니동화구연대회에서 대상(여성가족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휴(休)그림책센터 대표이며, 「하루 10분 그림책 질문의 기적」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