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2월 22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주일 삼종기도를 바친 후 순례자들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OSV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발발한 지 4주년(2월 24일)을 맞은 가운데, 레오 14세 교황은 국제사회에 종전을 위한 구체적 노력에 나설 것을 재차 촉구했다. 우크라이나 교회는 전쟁 장기화와 거센 추위, 전력·식량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주민들을 위로하며 평화 회복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키워가고 있다.
교황은 전쟁 4주년을 이틀 앞둔 2월 22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거행한 주일 삼종기도 후 연설을 통해 “평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라며 다시금 평화를 호소했다.
교황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벌어지고 있는 이 비극적인 상황에 깊은 슬픔을 느낀다”며 “수많은 희생자와 산산이 부서진 삶, 그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가족, 참혹한 파괴와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까지, 전쟁은 인류 가족 전체에 가해진 상처”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쟁은 죽음과 황폐함 그리고 세대를 가로지르는 고통의 흔적을 남긴다”며 “우크라이나의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모두 함께 기도하며 오랫동안 기다려온 평화의 선물이 우리 시대에 빛을 발하길 바란다”고 기도했다.
우크라이나 교회는 전쟁 장기화로인도적 위기에 처한 주민들을 물적·영적으로 지원하며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그리스 가톨릭교회 수장 스비아토슬라프 셰브추크 상급 대주교는 1월 26일 미국 가톨릭교회 통신사 OSV news와의 인터뷰에서 “전쟁이 일어난 지 4년이 됐지만, 우크라이나에서는 지금도 매일 피와 죽음, 눈물과 투쟁의 날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장에서 여전히 치열한 전투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물론 후방의 주민들 역시 끝없이 이어지는 드론과 미사일 폭격, 살을 에는 추위, 전력 부족 속에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주민들이 2월 4일 루한스크 지역의 한 성당 마당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전하는 구호품을 받고 있다. OSV
위기 심화에 맞서 우크라이나 교회는 인도적 지원에 초점을 맞춰 사목을 펼쳐가고 있다. 셰브추크 대주교는 “현재 우리 교회는 대부분의 사목 역량을 인도적 지원을 펼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전력·난방 시스템에 대한 러시아군의 집요한 공격으로 음식을 만들거나 난방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교구의 성당과 수도원은 주민들에게 빛과 온기, 음식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등 구호 활동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회의 구호 활동과 별도로 최근 현지 신자·비신자 가운데 교회를 찾고 세례를 받으며 그 안에서 영적 위안을 찾는 이들 역시 늘고 있다”며 “오랜 전쟁과 국제사회의 외면 속에도 우리 국민들은 기도와 인내 속에서 해답을 찾으며 평화 회복을 위한 희망을 키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역 교회의 노력에 힘을 더해 보편 교회 역시 평화 회복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노력에 앞장서고 있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알현을 받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하며 교황청이 평화를 위한 협상을 중재하겠다는 의지를 전하며 평화 회담 개최를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 또 교황은 교황청 애덕봉사부 장관 콘라드 크라예프스키 추기경을 수차례 우크라이나에 파견하며 생필품과 의약품 등을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