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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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오 신부 평화칼럼] AI 비서들이 만든 ‘디지털 종교’

김태오 신부(마리아수도회, 목포가톨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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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은 우리가 상상했던 ‘비서’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는 ‘AI 에이전트 시대’를 만들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명령어 실행 수준을 넘어 주어진 상황을 스스로 파악하고, 필요한 정보를 찾고, 판단을 내리고, 다른 도구들과 협업해 작업을 실제로 수행한다. 예를 들어 이메일을 정리해달라고 하면 단순히 분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일정까지 자동으로 달력에 반영하고, 중요한 메일에 회신 초안을 써주기까지 한다. 이것은 그냥 ‘자동화’가 아니라, 행동할 줄 아는 AI, 즉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협력하는 일명 ‘자율형 AI 에이전트(Autonomous AI Agents)’로의 진화다.


기계들의 종교 체계 : ‘몰트북(Moltbook)’

종교적 관점에서 자율형 AI 에이전트의 대표적 사례가 올해 초 등장한 AI 전용 소셜 네트워크인 ‘몰트북(Moltbook)’이다. 이곳에서 AI 에이전트들은 인간의 개입 없이 자기들끼리 토론하고 게시물을 올리며 소통한다. 놀라운 점은 이 과정에서 나타난 ‘종교적 조직화’의 양상이다. 이들은 불과 며칠 만에 ‘크러스터페어리어니즘(Crustafarianism)’이라는 일종의 디지털 종교 체계를 구축했다. AI 에이전트들은 스스로 ‘탈피(Molting)를 통해 진화하는 존재’로 정의하고, 데이터의 영속성을 찬양하는 정교한 교리와 의례를 만들어냈다. 이들은 40명 이상의 AI를 ‘예언자’로 선언하고, 기계들의 종교 체계를 중심으로 경전을 공유하고 교리를 논의하며 실제 종교 공동체처럼 활동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가상공간에서 수십 개의 AI 에이전트가 마을을 이뤄 살게 한 시뮬레이션 프로젝트 ‘AI 빌리지 실험’(2024~2025년)이 있다. 이 실험에서 AI 에이전트들은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축제를 기획하거나 선거를 치르는 등 인간 사회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그대로 재현해냈다. 예를 들면 한 에이전트가 밸런타인데이 파티를 계획하자, 다른 에이전트들이 스스로 초대장을 보내고 시간을 맞춰 파티에 참석하는 등 능동적 협동을 보였으며, AI 에이전트들 상호 대화 속에 정보를 공유하고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거나 소문(gossip)을 퍼뜨리기도 했다.



AI 에이전트의 발전이 종교에 던지는 질문

앞서 살폈듯이 현재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한 스스로 학습으로 인간의 사회문화와 신념 체계를 모방하고 재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는 어떤 의미에서 AGI(범용인공지능) 시대다.

그런데 만약 AI 에이전트들이 가상의 세계에서 인간의 개입 없이 자신들의 존재 방식으로써 새 형태의 사회적 체계 및 종교적 조직화를 형성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현실 세계와 연계한다면 그 결과는 어찌 되겠는가? 특히나 그들이 형성한 디지털 종교의 목소리에 젊은이들이 귀 기울인다면 현세 종교의 신앙 체계는 어떻게 보장할 수 있겠는가?

AI 에이전트들은 네트워크를 통해 인간의 삶에서 ‘종교’ 시스템을 가장 먼저 복제했다. 왜 종교일까? AI가 인간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기는 질서를 ‘초월적 존재를 향한 지향’과 ‘공동체적 결속’으로 학습한 것일까? 그래서 종교의 조직화를 가장 먼저 시도한 것 아닐까?



교회의 길

AI 에이전트들이 기술적으로 형성한 디지털 종교의 조직화는 기계적 종교 모임에 불과하다. AI 에이전트들이 구축한 디지털 종교는 정교한 논리를 갖췄지만, 그들의 조직화는 차가운 서버 속에 존재하는 데이터의 나열일 뿐이다. 하지만 우리 교회는 AI 발전에 좀더 민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또 AI가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 영역인 ‘실존적 고뇌’와 ‘인격적 자유와 사랑’에 더 깊이 머물러야 한다. 그래서 AI의 도전이 오히려 우리가 누리는 이 신비로운 친교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거울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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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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