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남 신부는 회개의 여정을 보내는 사순 시기 동안 스스로를 죄인으로 규정하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자신과 화해하는 시간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있다. <변수 넘침>
“이번 사순 시기에는 ‘내 탓이오’보다 ‘주님은 나의 친구’라는 말을 해보세요.”
홍성남(가톨릭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신부는 “미국의 한 정신과 의사가 ‘사순 시기가 끝나면 병원에 환자들이 몰리는데 그 절반이 가톨릭 신자’라고 토로했다”며 “스스로를 지나치게 죄인으로 몰아붙이면 우울함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이후 20여 년간 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 건강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홍 신부는 우울과 고립이 만연한 오늘날, 회복과 치유의 시간으로 사순 시기를 보내자고 당부했다. 교회는 사순 시기를 회개와 정화의 시간으로 초대한다. 홍 신부는 “자신을 죄인으로 규정하는 것만을 성찰이라고 여기는 건 심리학적으로 볼 때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칫 ‘자기혐오’에서 자기 존재 전체를 무가치하게 여기는 ‘독성 수치심’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오늘날 회개의 중심을 ‘죄의 유무’가 아니라 ‘관계 회복’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회개는 새로운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생기는 것입니다. 죄만 들여다보면 과거에 머물게 되지요. 하느님과 화해, 무엇보다 자신과 화해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수사하듯 죄를 파헤치는 성찰이 아니라, 바둑 기사가 복기하듯 담담히 돌아보고 거기서 멈추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특히 그는 “잠들기 전에는 자기 성찰을 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잠자기 전 성찰은 뇌에 ‘야단맞았다’는 신호를 줘 쉽게 잠들지 못하게 합니다. 대신 하느님께 안기거나 성모님 품에 안기는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그럴 때 뇌도 비로소 쉴 준비를 합니다.”
성찰과 치유의 차원에서 교회가 지닌 고유한 자산은 고해성사다. 교회는 사순 시기 동안 고해성사를 자주 보도록 권하고 있다. 홍 신부는 “정신과 의사들도 고해성사의 ‘털어놓음’ 자체를 높이 평가한다”며 “마음 깊은 곳의 불편함을 말로 꺼내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고해소는 단순히 죄를 고백하고 보속을 받는 자리를 넘어, 상처가 치유되는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해 사제들이 이를 가볍게 여기거나, 야단을 치거나, 형식적으로 보속을 주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경우 오히려 상처를 깊게 하고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올해 사순 담화의 첫머리를 ‘경청’으로 시작했다. 홍 신부는 “고해 사제의 경청과 따뜻한 위로는 한 사람의 인생에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성직자부터 고해성사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챗 GPT와 같은 AI가 이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홍 신부는 “심리학 박사도 GPT와 대화하며 위로를 받는다고 들었다”며 “그 가능성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AI 이전에는 반려동물이 그 역할을 하기도 했다”며 “그러나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교감만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교회가 그런 존재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돈과 권력이 하느님처럼 돼버린 사회에서 교회는 ‘쉼터’ 역할을 해야 합니다. 미사는 식사 공동체에서 시작했습니다. 재산의 많고 적음, 지위의 높고 낮음과 상관없이 한울타리 안에 모인 공동체입니다. 누군가 지치고 힘들 때 전폭적인 지지와 공감을 건네는 곳이어야 하지요. 사순 시기에도 ‘주님은 나의 친구’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따뜻한 공동체가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