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한 대 맞은 것 같은 얼얼한 차가운 새벽 공기를 마주하며, 내뿜는 하얀 입김이 어둠 속을 흘러가다 사라진다.
수원역에서 전철 첫차를 타기 위해 발걸음 가볍게 집을 나섰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음껏 들이마시고 내쉬고를 반복하던 중 느닷없이 매캐한 냄새가 내 코를 자극한다.
담배 연기다. 누군가 내 주변에서 새벽 담배를 열심히 피우고 있다. 상쾌한 공기 사이로 상당히 불쾌한 담배 냄새가 주변을 오염시키는 중이다.
2023년 성모승천대축일 전까지는 나도 흡연자였다. 그때는 몰랐었다. 아니 작년 겨울만해도 잘 느끼지 못했었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담배 냄새가 이렇게 더 자극적이고 강하게 퍼져나간다는 것을 정말 몰랐었다. 좋은 표현으로 자극적이고 강하다는 것이지 사실상 굉장히 불쾌하고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혐오스럽기까지 했다.
갓 잡은 활어처럼 싱싱해야 할 새벽 공기에 담배 냄새가 너무나 심하게 배어있다. 그 냄새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뿐만이 아니라 버스 안에서 심지어 첫차에 올라탄 전철 안에서도 담배 냄새는 여전히 풍기는 중이었다.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는데도 아무런 방어막이 되지 못했다. 비웃듯 담배 냄새는 호흡과 함께 마스크를 뚫고 내 콧속으로 빨려 들어왔다.예전에 나에게서도 이런 냄새가 엄청나게 났다고 생각하니 주변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그래서 그 당시에 본의 아니게 내 주변에 머물다가 담배 냄새에 짜증 났을 얼굴 모르는 사람들에게 마음으로 용서를 구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함께 집에서 생활하는 내 아내와 딸과 아들에게 좋지 못한 냄새를 맡도록 해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미안했다. 정말 역겹고 싫었을 텐데도 남편이고 아빠이기에그저 참았다고 생각하니 얼굴이 화끈해지도록 부끄러웠다.
좋은 향기로 세상이 가득 채워지는 상상을 했다. 마음이 편안해지며 날아갈 것만 같이 머리가 맑아지는 그런 향기가 떠올랐다. 은은하게 퍼져오는 장미 향이 성모님의 향기일까, 하늘이 가려질 만큼 빽빽한 숲에서 나는 나무 향은 그리스도의 향기일까, 성모님의 향기와 그리스도의 향기를 닮고 싶다. 아주 강렬한 빛을 내 눈으로 마주한 느낌처럼 오늘 맡은 담배 냄새는 내 정신을 번쩍 나게 해주었다. 주변에 좋은 향기를 퍼뜨려야겠다. 성모님의 향기와 그리스도의 향기, 사랑의 향기로 세상이 온통 아름답게 물들어가길 소망해본다.
글 _ 이재훈 (마태오, 안양시장애인보호작업장 벼리마을 사무국장)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신앙 안에서 흥겨운 삶을 살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가톨릭 사회복지 활동에 투신해 오고 있으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하루하루 매순간 감탄하고, 감동하고,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