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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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의혹 신고한 사제…경찰 사건 접수도 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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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한 그룹홈에서 아동학대 의혹이 제기됐지만 경찰 신고 이후 사건 접수조차 이뤄지지 않아 해당 그룹홈은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생성한 이미지.

인천의 한 그룹홈에서 지난해 8월 아동학대 의혹이 제기됐지만 여전히 정상 운영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피해자 증언을 토대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사건 접수를 하지 않았다. 

구청에서 분기별로 그룹홈 아동 대상 개별 면담인 '인권점검'을 하고 있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동학대 정황 신고했지만, 경찰 수사로 이어지지 않아
"초등학생 때 원장님이 화나면 핸드폰이나 효자손, 빗자루 같은 눈에 보이는 물건으로 때렸어요. 멍도 많이 들었는데 보통 허벅지처럼 옷으로 가려지는 곳을 떼려서 밖에선 잘 몰랐어요. 초등학교 3~4학년 땐 팬티만 남기고 다 벗겨서 아파트 문 앞으로 쫓아낸 적도 있어요." 

인천의 한 그룹홈 아동학대 피해자 A(18)씨의 증언이다. 그룹홈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에게 가정과 유사한 주거 환경에서 맞춤형 보호·양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규모 아동보호시설이다. 최대 7명의 아동이 아파트 같은 주거시설에서 함께 생활한다.

인천광역시 청소년자립지원관장인 송원섭 신부는 지난해 8월 해당 그룹홈 출신 10대 청소년 2명과 함께 미추홀경찰서를 찾았다. 해당 그룹홈을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은 학대 날짜와 시간, 행위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사건을 접수하지 않았다.

이후 송 신부는 지난해 10월 인천시청과 서구청 담당 공무원을 찾아가 문제를 제기했다. 인천 서구청은 피해자 진술 등을 추가로 확보한 뒤 인천서부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송 신부는 올해 2월까지 사건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천 서구청 아동행복과 관계자는 CPBC와의 통화에서 "당시 경찰에서 형법상 아동학대 의심상황으로 보기 어렵다며 사건 접수가 안 됐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사건 접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지자체가 시설에 대한 시정명령 등 행정 처분을 내리는 데도 한계가 따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천 서구청 아동행복과 관계자는 "사건이 접수되지 않은 상태에서 구청이 시정조치를 내리긴 어렵다"며 "현재 해당 그룹홈에 대해서는 모니터링 횟수를 늘려 매달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그룹홈 원장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그룹홈 원장은 CPBC에 "여태 그런 적이 없었기 때문에 억울한 마음"이라며 "매번 인권점검도 제대로 받고 있고, 지난해 10월 구청에서 지도점검 받았을 때도 문제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신세계로 신진희 변호사는 "피해 증거가 불충분했을 수 있다"며 "피해자 진술만으로 수사를 진행하려면 당시 상황과 일시를 매우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때문에 그룹홈을 관리·감독하는 지자체와 보건복지부의 실태조사가 더욱 중요하다"며 "현재 시설에 남아 있는 아동에 대해서도 관계 부처가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는지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복되는 그룹홈 아동학대, 대안은?
인천 지역 그룹홈에서는 아동학대 의혹이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2024년 인천 해성보육원 수녀들이 한 그룹홈 내 학대 정황을 파악해 경찰에 신고했고, 해당 시설은 조사 후 바로 폐업 조치됐다. 지난해 12월 인천의 또 다른 그룹홈에선 아동들이 경찰에 직접 신고해 올해 2월 운영이 정지됐으며, 현재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송 신부는 그룹홈 아동학대가 반복되는 이유로 느슨한 감독 체계를 지적했다. 그는 "각 구청 아동전담공무원이 체크리스트 중심의 인권점검을 진행하다 보니 학대와 방임이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며 "시설 내부에서 겁박이 이뤄지면 아이들이 진술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피해자 A씨 역시 "초등학생 때 공무원이 오기 전에 원장이 '맞았다고 말하면 안 된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인권점검 과정에서 공무원과 일대일 면담을 했지만, 원장의 압박 때문에 한번도 사실을 말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면 해당 그룹홈 원장은 통화에서 "그런 적 없다"고 일축했다.

그룹홈과 아동학대 정책을 총괄하는 보건복지부도 관리·감독의 한계를 인정했다. 복지부 장영진 아동보호자립과장은 CPBC와의 통화에서 "점검 과정에서 아동 진술이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학교 교사 의견을 청취하는 등 징후를 다층적으로 파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호원장은 "감독만으로 아동학대를 발견하겠다는 접근은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정 원장은 "아동학대의 특징은 가해자이면서 보호자인 것"이라며 "단순 처벌을 넘어 재발 방지를 위한 예방 중심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고의무자와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순환보직 속에서도 전문성이 유지되도록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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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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