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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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라틴어 미사보다 교회의 일치가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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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는 미사를 거행할 만한 가치가 있다.”


프랑스 왕위를 차지하기 위해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앙리 4세의 이 유명한 말은, 오늘날 가톨릭교회가 직면한 전례 논쟁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본래 일치의 성사인 성찬례가, 오늘날에는 전통 라틴어 미사를 둘러싼 갈등과 대립의 장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연 파리보다 더 중요한 것, 곧 교회의 일치를 위해 무엇을 양보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 가톨릭교회에서 미사는 당연히 라틴어로 봉헌됐다. 동방 전례 교회들이 그리스어를 사용했던 것을 제외하면, 서방교회의 공적 전례 언어는 라틴어였다. 그러나 로마에서 그리스어 대신 라틴어를 사용하게 된 것도 신학적 결정이 아니라, 당시 평범한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용적 선택이었다.


필자가 어린 시절에는 미사가 라틴어로 봉헌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성경도 라틴어로 낭독되었고, 주일에는 사제가 강론에 앞서 영어로 다시 읽어주었다. 그 외에는 번역본이 없으면 복음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성찬기도는 사제가 신자들에게 등을 돌린 채 바치는 ‘사제의 기도’였고, 신자들은 제대 위에서 성체와 성작이 들어 올려질 때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흠숭할 뿐이었다.


그 외의 시간 동안 신자들은 침묵 속에 머물거나 개인 기도를 드렸다. 필자가 고등학생이던 1958~1962년 무렵, 라틴어와 영어가 병기된 성 요셉 미사 경본을 들고 매일 미사에 참여했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였다. 대부분의 신자는 미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기도서를 읽거나 묵주기도를 바쳤다.


20세기 이전에는 영성체도 매우 드물었다. 필자의 부모 세대가 어린이 영성체를 허용받은 초기 세대였다. 오늘날 트리엔트 미사로 되돌리자고 주장하는 이들이 진정 ‘전통’을 말하려면, 잦은 영성체나 어린이 영성체 역시 거부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들 또한 20세기 초의 ‘혁신’을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전에 예수회에 입회해 매우 전통적인 수련 과정을 거쳤지만, 전례 개혁을 받아들이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 수련 중 배운 전례사 강의에서 요제프 융만의 「로마 전례의 미사」를 통해 미사가 역사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왔다는 사실을 배웠기 때문이다. 더구나 수련의 핵심은 순명이었다. 교회가 전례를 바꾸기로 결정했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했다.


전환기에는 혼란스러웠다. 전례 개혁을 지도하던 이들조차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했다. 영어 미사 첫날, 수련장은 성찬기도에 이르러 무의식중에 라틴어로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개혁은 신자들의 기쁨과 기대 속에 빠르게 자리 잡았다.


물론 상실감을 느낀 이들도 있었다. 한 동료는 사제품을 받은 뒤 처음으로 축성된 빵을 손으로 만질 수 있었는데, 이제는 누구나 손으로 성체를 받아 모신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전례 개혁은 대체로 신자들에게 환영받았다.


문제는 두 부류의 ‘저항’이었다. 하나는 설명 부족과 익숙함 때문에 변화를 힘들어한 이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전례 개혁 자체를 원칙적으로 거부하며 공의회 전반을 부정한 이들이었다. 후자는 결국 마르셀 르페브르 대주교를 중심으로 분열의 길로 나아갔다.


교황청은 이들을 다시 교회 안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통 라틴어 미사의 허용을 확대했고, 성 베드로 사제회처럼 교황과의 일치를 유지하는 공동체도 탄생했다. 그러나 동시에, 공의회 이후 세대 중 일부가 라틴어 미사의 신비롭고 비의적(?儀的)인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고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이념적 반공의회 세력이 아니라, 조용한 흠숭과 개인 기도를 원하는 신실한 신자들이었다.


이들을 모두 동일 선상에 놓고 비판하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개혁의 의미를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고, 새 전례를 더 깊이 체험하도록 돕지 못한 교회의 책임이기도 하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은 주교의 권한을 약화시키며 라틴어 미사 허용을 넓힌 점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를 이념 문제로만 본 점에서 각각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 레오 14세 교황은 교회의 일치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전통 미사가 결국은 사라져야 한다는 방향성을 지켜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사제 양성은 개혁된 전례를 기준으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거부한다면 사제품은 불가능하다는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동시에 라틴어 미사의 적용은 교구 차원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에 따라 식별할 여지가 있다.


앙리 4세는 프랑스를 얻기 위해 자신의 신앙을 타협했다. 모든 가톨릭신자들은 교회의 일치를 지키기 위해 전례 문제에서 타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전례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 사람들이 가톨릭신자들을 싸우는 사람들이 아니라 사랑으로 가득한 그리스도인으로 알게 되길 바란다.



글 _ 토머스 리스 신부
미국 예수회 사제로 1974년 사제품을 받고 ‘아메리카’지 기자 및 편집장을 역임했다. 미국 국제종교자유위원회 위원을 지냈으며, 「인사이드 바티칸」 등 교회 조직과 정치에 관한 다양한 책을 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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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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