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를 간병하는 이들의 고통은 눈물 그 자체다. 얼마 전 50대 아들이 치매인 80대 아버지를 8년간 간병하다 끝내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시도한 일명 ‘간병 살인’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또 일흔넷의 남편은 가족을 몰라보고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의 목을 조르고 스스로 독극물을 마신 일도 있었다. 치매 걸린 부모 부양과 돈 문제로 형제자매가 원수가 되기도 한다. 모두 초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 공동체의 비극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초고령사회에 접어들었고, 치매 환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해는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노인 10명 가운데 1명이 치매 환자인 셈이다. 치매 환자 관리 비용도 가파르게 늘어나 10여 년 뒤에는 국방비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도 있다. 이제 치매는 환자만 겪는 고통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가 함께 겪고 있는 아픔이 됐다.
그래서 중증 치매 환자에 대해 존엄사나 조력자살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치매 환자를 간병하다 집안이 풍비박산 나게 생겼으니 죽이자는 것이다. 살 사람은 살아야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럼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가 가정의 자산 수준에 달리게 된다. 육아가 힘들다고 아이를 고아원에 보낼 수는 없다. ‘돌봄’에 가성비는 없다.
이에 정부는 현재 치료와 돌봄 중심의 치매 대응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국가 치매 관리 정책의 방향을 ‘사후 관리’에서 ‘사전 예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 12일 ‘제5차 치매 관리 종합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가장 큰 변화는 치매 조기 발견이다. 지금까지는 치매를 알아내려면 병원에 큰 비용을 내고 검사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치매 전 단계인 경도 인지 장애 단계부터 관리할 수 있도록 동네 치매 안심센터에서 신속히 진단받고, 동네 의사인 치매 관리 주치의가 치매 환자와 함께한다.
치매 환자 돌봄도 살펴본다. 현재 치매 환자의 상당수는 가족 돌봄에 의지하고 있다. 정부는 치매 간병에 힘들어하는 가족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치매를 지닌 장기 요양 등급자의 주·야간 보호시설 이용을 확대하고, 치매 안심센터의 쉼터와 주·야간 시설의 중복 이용을 허용한다.
또 연간 3000만 원 정도로 큰 경제적 부담이 되는 치매 환자 돌봄 비용을 줄이는 방법은 없는지 살피기로 했다. 치매 환자의 재산을 노리는 사기나 경제적 착취를 막기 위해 치매 환자 재산을 나라가 대신 관리하기로 했다. 법적 의사 결정을 돕는 마땅한 후견인이 없으면 공공 후견인도 지원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공동체의 치매에 대한 의식 전환이다. 이제 치매는 가족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숙제다. 가족에게 모든 걸 맡겨두기에는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무게가 너무나 커져 버렸다. 오늘 치매 환자를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고민은 미래에 맞이할 우리 노후에 대한 고민이다.
교회도 치매 환자에 대해 더 세심히 살펴야 한다. 구역과 반을 통해 교회의 손길이 필요한 치매 환자는 없는지 파악하고 도움이 필요한 이를 더욱 알려야 한다. 시니어 아카데미에 대한 관심과 지원도 더욱 확대되어야 한다. 초고령사회의 교회는 ‘돌봄’의 앞자리에 있어야 한다. ‘돌봄’이 곧 ‘생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