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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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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크라쿠프 인근 비엘리치카 소금광산 074 월간


조선의 14대 왕 선조(宣祖)가 여러 왕자 앞에 귀한 물건들을 펼쳐놓고, 원하는 것을 가지라고 했다.
왕자들은 서로 먼저 값비싼 물건을 가지려고 했는데, 학문에 심취해 있던 광해군(光海君)은 나중에 붓과 벼루를 가졌다.

이를 가상히 여긴 왕은 그에게 “반찬 중에 무엇이 으뜸이냐?”고 물었다. 광해군은 즉시, “소금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왜, 그러느냐?”고 되물으니, “모든 음식에 소금이 들어가지 않으면 제맛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라고 했다.

선조는 광해군이 이처럼 슬기롭게 대답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 그리하여 왕은 1592년 임진왜란으로 도성을 버리고 평양을 거쳐 의주로 몽진(蒙塵)하는 도중, 18세의 광해군을 세자로 책봉했다. 그래서 선조와 후궁 공빈(恭嬪) 김(金) 씨 사이의 둘째 아들이었던 광해군 이혼(李琿)은 1608년 33세의 나이에 조선의 15대 왕이 되어, 1623년 인조반정(仁祖反正) 때까지 나라를 15년간 다스렸다. 이러한 사실을 두고 후대 사가(史家)들은 소금으로 왕이 된 유일한 사람이라고 하여, 광해군을 일컬어 ‘소금 왕’이라고 하기도 했다.

예수님은 마태오 복음 5장 13절에서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셨다. 우리 신앙인들에게 세상에서 맛을 내는 소금 인생을 살라고 당부하신 말씀이었다.

소금은 어떠한 것인가? 염화나트륨(染化 natrium)을 주성분으로 하는 소금은 짠맛을 대표하는 식품이다. 체액에 들어가서는 삼투작용(?透作用)으로 산(酸)과 알칼리(alkali)의 평형을 유지해준다. 그리하여 음식의 간을 맞추어 맛을 낼 뿐만 아니라, 저장 수단으로 음식의 부패를 막아주는 방부제 역할도 한다.

이렇게 소금이 우리 생활에 미치는 가치는 대단히 크다. 그래서 희랍인들은 소금을 하늘이 내려준 가장 귀한 식품으로 생각했고, 로마인들은 세상에서 해와 소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없다고 했다. 우리도 예부터 소금을 중요한 조미료로 사용해왔다.
이러한 소금을 영어로 ‘솔트’(salt)라고 한다.

그 어원은 봉급을 뜻하는 라틴어 ‘살라리움’(salarium)이다. 고대 로마 시대 군인들의 급료를 소금으로 주었기 때문이다. 봉급쟁이를 ‘샐러리맨’(salary man)이라고 부르는 것은 여기에서 유래했다. 그리고 월급이 많지 않을 때, 월급이 짜다고 하는 말도 소금과 연관된 말이다. 예수님 시대에는 소금이 더 귀했다. 왜냐하면 덥고 후덥지근한 팔레스타인 기후에 건강 유지와 음식 보존을 위해서는 소금이 더 많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소금 한 자루는 한 사람의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길 정도였다.

그러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소금과 같은 삶이 되겠는가? 우리는 정의와 불의, 선과 악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혼탁한 세상에서, 부정과 부패를 막고 진리를 따라 살아가는 신앙인의 짠맛을 내주어야 한다. 음식 맛에는 신맛, 쓴맛, 매운맛, 단맛, 짠맛 다섯 가지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인생살이에는 두 가지 맛이 있다. 그것은 죽을 맛과 살맛이다. 신앙인의 짠맛이란 세상에서 죽을 맛이아니라, 살맛 나는 세상이 되게 하는 것이다.

소금이 간을 맞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드시 음식 안에 들어가 녹아야 한다. 예수님도 세상에 오셔서 우리를 위해 철저하게 녹으셨다. 그리고 십자가의 제물이 되어, 자신을 불태우셨다. 우리도 소금 인생을 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속한 사회 속에 녹아서, 신앙인의 짠맛을 내야 한다.  


글 _ 최봉원 신부 (야고보, 마산교구 원로사목)
1977년 사제품을 받았다. 1980년 군종장교로 임관, 군종단 홍보국장, 군종교구 사무처장 겸 사목국장, 관리국장, 군종참모 등을 지냈으며 2001년 군종감으로 취임, 2003년 퇴임했다. 이후 미국 LA 성삼본당, 함안본당, 신안동본당, 수산본당, 덕산동본당 주임으로 사목했으며, 마산교구 총대리 겸 사무처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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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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