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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령 안테나

[월간 꿈CUM] 성령 안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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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월간 꿈CUM


지금은 장애인 사목을 하고 있지만 그전에는 만 5년 동안 이주사목을 하였다.

이주사목에 부임하기 전, 사실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은 크지 않았다. 학창 시절에 단 한 명의 이주배경 학생과 같은 반을 한 적도 없었으며 신학생 때에도 이주민들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해 본 적이 없었다. 다만 내가 속한 수원교구에 이주사목을 만드신 신부님께서 대단한 열정으로 사목을 하신다는 정도만 알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이주사목 신부가 되었다.

그 순간 나의 머리 위에는 이제까지 없던 그 무엇이 ‘뿅’하고 생겨났다. 그 무엇은 바로 ‘안테나’이다.

이주민들에게 전혀 관심이 없던 나 자신이 어느 순간, 이 지역에는 어떤 외국인이 많이 거주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비자의 종류에 따라 어떤 방법으로 그들을 도와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지. 4개 종단 가톨릭 대표로서 국회와 여러 장소에서 성명서도 내는 등 어느 순간 이주사목 전문 신부가 되어 있었다.(나중에 이주민들과 경험한 이야기들로 글을 써도 지금의 글보다 쓸 내용도 많다)

나도 모르게 생겨나는 일명 ‘관심 안테나’는 두 가지 경우에 생겨난다. 하나는 내가 일부러 관심을 갖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내게 주어진 환경에 의해 저절로 관심을 갖는 경우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는 두 번째에 이 관심 안테나가 저절로 생겨난다. 쉬운 예로, 내 남편이 어디 군부대 출신인지 알고 있는 부인은 적다. 알고 있다면 그건 대단한 사랑이다. 그러나 내 자녀가 군 입대를 앞두면 많은 엄마들은 군대 전문가가 된다. 어디 보직이 편하고 어디 부대를 가는 것이 안전하며, 한 번도 듣지 않던 국군방송을 듣고 있다. 그러나 자녀가 제대한 뒤에는 어느새 그 안테나는 사라진다.

비슷한 예로, 아이에게 관심이 없던 남자들도 결혼 후 사랑하는 아내가 첫 임신을 하게 되면 그때부터 육아 전문가가 된다. 그러나 사랑스런 내 아이가 청소년이 되고 청년이 되면 점차 육아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그 당시 누구보다 이주민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컸지만 지금은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으로 바뀌었으며 다음번 인사이동 때 본당 사목, 교정 사목, 병원 사목 등 다른 사목을 맡게 되면 내 머리 위의 안테나도 장애인이 아닌 다른 대상을 향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세상의 관심 안테나를 초월하는 안테나가 있으니 바로 세례를 받는 순간, 주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성령 안테나’이다. 이 안테나만큼 성능이 좋은 안테나도 없다. 이 안테나만큼 쉽게 구할 수도, 쉽게 구하지도 못하는 안테나도 없다. 그러나 아무리 최고급 안테나라 할지라도 그 위에 온갖 쓰레기 더미가 가득 덮여 있다면 주파수를 제대로 잡을 수 없다.
아무리 대단한 안테나라 할지라도 깊은 터널에 들어가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주파수를 제대로 잡을 수 없다. 바로 그 쓰레기 더미들인 나의 욕심과 나태함과 무관심을 치워버릴 수 있을 때, 그 깊은 터널에서 빠져나오려고 부단히 애를 쓸 때 그 안테나는 본래의 성능을 다할 수 있다. 그 안테나가 성능을 다하는 순간, 우리가 라디오 채널이 몇 개인지 모르는 만큼 주님께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당신의 음성과 은총을 내 머리 위에 있는 성령 안테나를 통해 우리에게 전달해 주신다.

터널. 첫 번째 소논문의 주인공인 여성은 인터뷰가 끝난 뒤 자신의 심정을 적었던 터널이란 글을 내게 주었다. 어느 누구도 자신이 터널을 들어간 뒤 다시 나오지 못하리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아니 나올 수 있는 터널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터널을 들어간다. 그런데 그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내 머리 위 안테나의 쓰레기 더미들을 치워도 터널 안에 있으면 그 안테나는 주파수를 잡을 수 없다. 그렇게 포기하려는 순간 깨닫게 된다. 주님께서는 아무리 깊은 터널이라 할지라도 내가 당신의 음성을 간절히 바랄 때, 나의 메마르고 갈라진 손을 붙잡아 주신다. 더 이상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은 여전하지만 나는 이 깊숙한 터널에서 당신의 음성을 듣는다. 그것이 A.A. (Alcoholics Anonymous, 익명의 알코올 중독자들 모임) 12단계 중 11단계인 영적 체험이다.

‘기도와 명상을 통해서 우리가 이해하게 된 대로의 신과 의식적인 접촉을 증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우리를 위한 그의 뜻만 알도록 해주시며,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주시도록 간청했다.’ 


글 _ 이중교 신부 (야고보, 수원교구 사회복지회 둘다섯해누리 시설장, 사회복지학 박사)
2009년 사제품을 받았다. 2021년 서강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여성 알코올의존자의 재발과 회복에 관한 현상학적 연구」로 사회복지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장애인 재활시설 둘다섯해누리 시설장이며 서강대학교에 강의를 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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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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