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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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종빈 평화칼럼] 평화는 거래될 수 없다

서종빈 대건 안드레아(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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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평화가 무력 충돌로 위협받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5년 차로 접어들었고,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으로 중동 전역이 화염에 휩싸였다. 미국은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대통령을 체포했다. 강대국의 힘에 의한 공포와 협박에 국제 규범은 무시되고 외교는 힘을 잃고 있다.

약소국은 숨을 죽이고 강대국에 머리를 조아린다. 민주주의는 약해지고 19세기 침탈의 낡은 제국주의적 ‘죽음의 경제’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전쟁을 일으켜 힘을 과시하고 시한부 평화를 상품으로 가장해 거래한다. 전쟁이 국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가 되고, 정치와 국방은 경제 영토 확장의 도구가 되고 있다.

세계 시민의 동등한 천부 인권은 자본과 권력에 유린당하고 있다. 강대국은 자국의 이익만을 위해 거대한 다국적 기업이 되고, 약소국은 강대국의 프랜차이즈가 되고 있다. 사람은 자원과 기술 경쟁의 수단이자 도구가 됐다. 지금 전쟁으로 부서진 인류의 삶에 남아있는 것은 증오와 분노의 트라우마뿐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간 소모전이 되면서 양측에 ‘수익’ 대신 막대한 ‘부채’만을 남기고 있다. 수십만 명의 청년이 전장에서 사라졌고 시장은 파괴됐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은 마약 퇴치가 명분이었지만 실체는 무력을 통한 석유 자원 패권이었다. 지금 세계 경제는 중동 사태로 인한 에너지 쇼크로 휘청거리고 있다.

힘의 논리가 국제법을 압도해 세계 시장 경제의 예측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 러시아는 경제적 고립으로 쇠퇴하고 있고, 미국은 이란과 베네수엘라 공습으로 국제적 명분과 도덕적 리더십에 타격을 입었다. 전쟁은 제로섬이 아닌 마이너스섬이다. 비즈니스는 상호 이익을 추구하지만, 전쟁은 승자조차 상처뿐인 영광만을 남긴다.

평화는 전쟁으로 거래되는 비즈니스 상품이 아니다. 더욱이 인간 생명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없다. 휴전은 경제적 탐욕으로 언제든 재발할 수 있는 불안전한 평화일 뿐이다. 전쟁으로 얻었다고 주장하는 ‘지정학적 이익’은 극소수 권력층에게만 돌아가는 가상의 숫자에 불과하다. 전쟁으로 인한 물가 폭등과 공급망 붕괴는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몬다.

경제를 지키는 안보는 예측 가능한 평화 위에서만 가능하다. 공정한 투자와 이익이 서로에게 담보돼야 한다. 강대국의 전쟁 비즈니스는 무기 수출, 전후 재건 특수, 자원 패권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그러나 전쟁은 인류가 축적한 모든 물리적이고 도덕적인 자산을 소멸시키는 반(反) 경제적 재앙일 뿐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전쟁은 모든 권리의 부인이고 비극적인 환경 침해”(257항)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쟁은 정치와 인류의 실패, 치욕스러운 항복, 악의 세력에 대한 패배”(261항)라고 일갈했다. 진정한 평화는 일방의 독점적 이익 추구만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공정하고 정의로운 협력과 연대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참혹한 6·25 전쟁의 잿더미에서 산업화와 민주화로 부국강병의 평화를 이뤘다. 그러나 지금 동북아는 강대국 간 경제와 안보 패권 경쟁으로 불안정한 평화가 유지되고 있다. 이제 이 평화를 지키고 확고히 해야 한다. 평화의 중재자로서 때론 조연(페이스 메이커)으로, 때론 주연(피스 메이커)으로 나서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전쟁의 위협을 안고 사는 불안한 성장에서 평화가 뒷받침하는 안정적인 성장으로 대전환하겠다”고 말했다. 지속 가능한 평화의 조건은 무엇일까? ‘싸우지 않고 싸울 필요 없는 평화’, ‘국민의 삶을 지키고 성장시키는 평화’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 어떤 국가나 집단이든 사람 잡는 경제적 횡포는 멈춰야 한다. “정의의 결과는 평화가 되고 정의의 성과는 영원히 평온과 신뢰가 되리라.”(이사 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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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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