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는 12일 정기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나주 윤 율리아 측이 조작·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톨릭교회가 금지한 '나주 윤 율리아' 현상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주교회의는 최근 열린 정기총회에서 이른바 나주 성모 발현 추종 움직임에 대해 강경 대응 방침을 재확인했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의 한 농촌 마을, 이곳에 조성된 나주 성모동산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사람들은 이곳을 성모 발현지로 믿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판단은 분명했다. 광주대교구는 여러 차례 조사를 통해 나주 현상은 가톨릭 신앙과 양립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결론지었다. 특히 2008년 당시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는 교령을 통해 나주 관련 활동에 대해 자동처벌의 파문 제재를 선언했다.
주교회의는 나주 윤 율리아 측이 조작·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현재도 성모동산이라 불리는 곳에 매달 수백 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종교적 논쟁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CPBC 취재 과정에서 불법 건축물, 농지법 위반 의혹, 재단 설립, 물품 판매 등 다양한 문제가 확인됐다. 또 일부 정치권 인사의 이름이 관련 조직 이사 명단에 등장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한국 주교단이 나주 현상을 다시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의 논쟁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문제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교회 내부에서는 나주 현상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참가자들이 나주를 가톨릭 성지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CPBC는 나주 현상의 실체와 유사종교적 행각, 현재 상황을 추적했다. 이름을 바꾼 윤 율리아의 행적, 농지 위에 세워진 불법 건축물, 재단법인과 농업법인 설립을 통한 재산 이동, 국가 보조금이 투입된 신앙촌 조성 등의 논란을 차례로 살펴본다.
이름 바꾼 윤 율리아, 피눈물 성모상도 없어졌다
윤홍선은 사라졌다. 대신 윤정혜라는 이름이 남았다.
전남 나주에서 성모 발현을 주장해온 윤홍선, 율리아의 이름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윤홍선은 윤정혜로 개명한 상태다. 2018년 한 언론사의 탐사보도 이후 윤정혜는 언론사와 제보자를 고소했다. 제보자 이만실 씨는 "고소장이 날아왔는데 전혀 모르는 사람한테 날아왔다"며 "가톨릭 성인 이름으로 바꿨더라"고 말했다. 취재진이 개명한 이유를 물었지만,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은 "답변이 길어질 것 같고, 6·25 전후로 일어난 사건들이기 때문에 설명이 조금 길다"며 즉답을 피했다.
전남 나주에서 성모 발현을 주장해온 윤홍선, 율리아의 이름이 바뀐 것으로 확인됐다.
윤정혜의 행적은 묘연하다. 취재진은 윤정혜와의 만남을 요청했다. 성모동산 관계자는 CPBC에 "그건 조금 힘들 것"이라며 "그분 일정이 하루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정신 없이 바쁘다"고 말했다. 윤정혜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증언도 나왔다. 제보자 김홍섭 씨는 "거의 돌아다니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남편이 사망했을 때도 나타나지 않고 나주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걸 들었다"고 말했다. 윤정혜의 남편 김만복은 2025년 12월 세상을 떠났다. 다만 매달 첫 번째 토요일에 열리는 집회에는 윤정혜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으로 파악됐다.
나주를 상징하던 '피눈물 흘린 성모상'도 자취를 감췄다.
윤정혜는 성모상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주장해 논란을 불러왔다.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은 전국적인 논란으로 번졌다. 그러나 최근 취재 과정에서 이 성모상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CPBC는 윤정혜 측 관계자와 과거 윤정혜와 이웃 주민이던 김홍섭 씨의 최근 통화 녹취를 확보했다. 통화에 등장하는 윤정혜 측 관계자는 40년 동안 윤정혜 측근으로 일하다 최근 퇴직한 인물이다. 이 관계자는 "(피눈물 흘린 성모상을) 가져가버렸고 잃어버렸다"며 "다른 성모상이 향유를 흘린다. 신비롭다"고 말했다. 그들이 주장하는 성모 발현을 입증할 증거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과거 윤정혜와 이웃 주민이던 김홍섭 씨가 촬영한 성모상 사진. 윤 율리아 측은 성모상에서 향유가 흐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정혜는 이후 다른 성모상이 향유를 흘린다고 주장한다.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 이외에 다양한 현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있다. 윤정혜는 최근 자신이 꿈을 꿨다며 자비의 예수 모습을 그렸다. 이 그림은 신심도구로 둔갑해 판매되고 있다.
윤정혜가 자칭 수도회라 칭하는 형태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는 정황도 확인됐다. 나주 시내에 있는 경당에서는 일부 인물이 수도자 복장을 하고 생활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교회의 인준을 받지 않은 수도회 형태의 조직임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수녀' 또는 '수사'라고 부르고 있었다. 윤정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조직에는 50명 넘는 사람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가톨릭 외피를 쓴 사이비"…윤 율리아 추종자의 반박
2008년 1월 21일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가 발표한 교령
가톨릭교회는 오래 전 이미 나주 현상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
2008년 당시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의 교령이 핵심이다. 최 대주교는 나주 현상이 가톨릭 신앙에 위배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영수 신부는 CPBC와 인터뷰에서 "정확하게 이것은 아니다. 초자연적 현상이 아니라고 선언을 했고 가톨릭 신앙에 위배된다고 정확하게 말씀을 하셨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상한 현상들이 개인의 명예 또는 개인의 사욕 이런 걸로 이용될 수 있는 위험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며 "실제로는 지금 나주는 그런 쪽으로 이어져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신부는 이어 "나주에서 함께 기도하는 것, 그쪽 전례라고 하는 것, 예식에 참석하는 모든 행위는 가톨릭교회의 예배가 아니"라며 "가톨릭의 외피를 쓴 사이비, 신천지와 같은 사이비"라고 규정했다.
윤 율리아 추종자들은 이같은 교회의 입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은 CPBC와의 통화에서 "자동 파문의 근거가 명확치 않다"며 "조작·허위라는 부분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최근 동남아 교회에서 나주에 방문하지 말라는 공문을 낸 것에 대해서도 "광주대교구가 협조를 요청하니까 그 쪽에서 그렇게 얘기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주교 신자가 나주를 방문하면 자동 파문 제재를 당하는 것에 대해서 개의치 않느냐'는 질문에는 "파문이라고 하는 데도 사람들이 온다"며 "우리가 오라는 게 아니고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주장했다.
CPBC는 사제와 수도자가 많이 방문한다는 윤 율리아 측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명단 제출을 요청했지만 윤 율리아 측은 이를 거부했다.
나주시민, 윤정혜 천주교로 인식하기도…교회 대응 나서야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위치한 나주 성모동산
심각한 문제는 나주 현상을 바라보는 나주시민들의 인식이다.
CPBC가 만난 일부 나주시민은 윤정혜가 조성한 성모동산을 공식 천주교 성지로 인식하고 있었다. 나주시민 C씨는 CPBC에 "성모 마리아상이 눈물을 흘렸다고 진열해놓고 천주교인들이 많이 왔다갔다 했다"며 "천주교인 아닌 사람들은 가짜라고 하고 천주교인은 그걸 믿고 그러더라"고 말했다. 이어 "이쪽에 살면서 전국에서 관광버스들이 많이 오는 것을 본다"고 설명했다.
교회가 사이비로 규정했다는 사실이 지역 사회에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화관광해설사로 활동하는 김모 씨는 CPBC에 "한 곳에서만 있었는데 뒷집까지 사서 규모를 확장했다"며 "신광리 산 속에다가 기도원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을 지었는데 우연히 보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 "사람이 많이 오긴 하는데 한국 사람이 오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 주로 필리핀에서 많이 온다"며 "생명수라고 하나 물을 받아 가지고 오더라. 지하수인지 샘물인지, 우물인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다만, 이곳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나주시의 관광 콘텐츠를 즐기는 게 아니기 때문에 관광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윤정혜의 남편 김만복이 나주의 한 은행에서 달러를 예금하는 것을 봤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씨는 "김만복이 달러를 가지고 왔다"며 "외국인들이니까 달러를 갖고 온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김만복을 목격한 은행까지 특정했다.
최근 주교회의가 정기총회에서 나주 현상을 다시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교회가 분명하게 금지했는데도 여전히 추종자들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교회 내부에서는 나주 현상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대회 참가자들이 나주 윤 율리아가 조성한 공간을 자칫 가톨릭 성지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광주대교구 사목국장 김영수 신부는 "그곳은 마치 현혹을 하는 곳"이라며 "눈에 띄는 현상들이나 놀라운 현상이 일어났다고 해서 그걸 기적으로 여기고 그것을 신앙의 이정표로 삼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