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3월 20일
교구/주교회의
전체기사 지난 연재 기사
“60년 만에 펼쳐든 교과서”… 늦깎이 중학생들의 입학식

서울대교구 노원본당 ‘늘배움학교’

폰트 작게 폰트 크게 인쇄 공유

노원본당 중등문해교육 ‘늘배움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시작한 늦깎이 학생들이 교사 윤진수(맨 오른쪽)씨, 임중관(오른쪽에서 두 번째)씨와 입학식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소박하지만 어엿한 입학식이 성당에서 열렸다. 국민의례에 애국가까지 갖춰 치러진 이날 입학식의 주인공은 70~80대 늦깎이 학생 셋과 정년 퇴임한 교사 둘, 단 5명이었다.

지난 9일 서울대교구 노원본당(주임 이윤헌 신부)에서 열린 중등문해교육 ‘늘배움학교’ 입학식 모습이다. 윤진수(토마스 아퀴나스)씨가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2024년 5월 본당 내에서 시작한 이 학교는 어느덧 3년째를 맞았다.

윤씨가 문해교육에 나선 계기는 어머니였다. 초등학교 4학년에 중퇴했던 어머니가 10여 년 전 73세의 나이로 졸업장을 받고 기뻐하던 모습이 마음에 남아서다. 그는 “70세 이상 여성의 73가 중졸 이하”라면서 “초중등 교사는 60만 명이 넘지만, 문해교사는 5000명도 안 된다”고 전했다. 윤씨는 학교 행정실장으로 퇴임한 뒤 곧바로 문해교사 자격을 취득하고, 성당에 교실을 열었다.

신앙 안에서 좋은 뜻을 품고 시작했지만, ‘늘배움학교’는 아직 정식 학력인정 인가를 받지 못해 정부 지원 없이 운영 중이다. 윤씨는 지금껏 사비로 교재와 간식, 강사료 등을 마련해 학교를 꾸려왔다.

 

 

노원본당 중등문해교육 '늘배움학교'에서 중학교 1학년 과정을 시작한 늦깎이 학생들의 교재.

 


올해부터는 지난해 중학교 교장으로 퇴임한 공학 박사 임중관씨가 문해교사로 합류했다. 윤씨 제안에 바로 응한 임씨는 “배움은 깊이보다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늘 생각했다”며 “교육으로 어르신들의 자존감을 높이고 마음 건강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임씨는 어르신들 눈높이에 맞춰 키오스크 사용법 등 디지털 문해교육을 중점적으로 다룰 계획이다.

두 교사의 열정에 어르신들도 60~70년을 거슬러 학생의 마음으로 책상에 앉았다. 늘배움학교 시작부터 함께한 학생들은 배움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서영선(율리안나, 83)씨는 “6·25 전쟁 후 학교엔 돌담밖에 안 남아있었고, 자갈 바닥에 책을 펴고 공부했다”며 5학년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던 시절을 떠올렸다. 인근 센터에서 초등학교 졸업장을 받고 이곳에서 중등문해교육을 시작한 그는 “선생님 덕분에 박물관도 가보고 이 나이에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고 있다”고 기뻐했다.

 

 

노원본당 중등문해교육 '늘배움학교' 교사 윤진수(오른쪽)씨와 임중관씨가 9일 열린 입학식에서 늦깎이 학생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전재순(데레사, 73)씨는 “여자라는 이유로 학교를 보내주지 않았다”며 “바로 가장이 돼 지금껏 배움의 기회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이가 드니 배운 것도 금방 잊어버리지만, 배우는 동안만큼은 머리가 깨어있다”며 “수업 후 거리에서 아는 영어 단어라도 눈에 띄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고 했다.

이경화(루갈다, 78)씨도 “7남매 중 친언니와 둘만 배우지 못했다”면서 “늙어서도 그 한이 없어지지 않더라”고 토로했다. “아픈 남편 병수발에 손주들 끼니까지 챙기며 시간을 내기 쉽지 않지만, 배움의 자리가 있다는 게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윤씨는 “전쟁을 겪고 남아선호사상 속에 교육받지 못한 어르신들이 지금도 어렵게 살고 계신다”며 “그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싶다”고 했다. 또 “늘배움학교는 비신자와 다문화 가정에도 열려 있어 지역 사회와도 함께할 수 있다”며 “올해에는 꼭 인가를 받아 더 많은 이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싶다”고 희망했다.

박민규 기자 mk@cpbc.co.kr

 



[기사원문보기]
가톨릭평화신문 2026-03-18

관련뉴스

말씀사탕2026. 3. 20

창세 49장 10절
왕홀이 유다에게서, 지휘봉이 그의 다리 사이에서 떠나지 않으리라.
  • QUICK MENU

  • 성경
  • 기도문
  • 소리주보

  • 카톨릭성가
  • 카톨릭대사전
  • 성무일도

  • 성경쓰기
  • 7성사
  • 가톨릭성인


GoodNews Copyright ⓒ 1998
천주교 서울대교구 · 가톨릭굿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