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가톨릭교회가 금지한 '나주 윤 율리아' 현상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주교회의는 최근 열린 정기총회에서 나주 윤 율리아 측이 조작·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교회 안에서는 나주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참가자들이 나주를 가톨릭 성지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CPBC는 나주 현상의 실체와 유사종교적 행각, 현재 상황을 추적했습니다. 이름을 바꾼 윤 율리아의 행적, 농지 위에 세운 불법 건축물, 법인 설립을 통한 재산 이동, 국가 보조금이 투입된 신앙촌 조성 등의 논란을 차례로 짚어봅니다.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있는 나주 윤 율리아가 조성한 성모동산은 농지 위에 조성됐다. 농지는 원칙적으로 농업경영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윤 율리아와 그의 추종자들은 이곳에서 40년 가까이 집회를 열고 있다. CPBC 취재 결과, 나주 성모동산 시설 대부분은 무허가 건축물이었다. 매달 첫째 토요일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모이지만 비닐하우스 형태의 가건물에는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방시설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다.
나주 성모동산, 농지 위에 불법 시설들
나주시 다시면 신광리 도로 끝에서 왼쪽으로 굽은 길을 따라 올라가면 '나주 성모동산(신광리 17-1번지)'이 나온다.
차량 진입 차단기를 지나 입구로 들어서면 왼쪽에 붉은 벽돌로 된 단층 건물 3~4채가 보인다. 뒷쪽으로는 회색 가건물 2채와 창고, 수도 시설, 화장실 등 각종 시설이 설치돼 있다. 산비탈에는 흰색 대형 비닐하우스가 들어서 있다. 나주 윤 율리아 측이 '비닐성전'이라고 부르는 집회 장소다. 매달 첫째 토요일이면 추종자 수백 명이 이곳에 모인다. 집회는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지며 나주 윤 율리아 관련 물품 판매도 이곳에서 이뤄진다.
취재진이 2월 8일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성모동산 관계자는 건물 용도를 설명했다. 입구에 들어선 단층 건물에 대해서는 "입구 건물은 안내하는 곳이고, 그 옆은 방문자들이 주무실 수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나주 성모동산 내 설치된 무허가 건축물. 좌측은 창고, 우측은 식당으로 추정된다.
회색 가건물은 기적수를 보관하는 곳이다. 기적수를 큰 통에 받아 보급하기 위해 만든 가건물이다. 이 관계자는 "저 앞 창고는 기적수, 성모님이 안내해준 물"이라며 "그 물을 먹고 바르고 해서 수많은 사람들이 치유를 많이 받는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또 다른 회색 가건물은 식당이다. 가건물에는 '하느님의 거룩한 도성 나주 성모님 성지에 순례오신 여러분, 주님과 성모님의 축복과 사항과 은총을 충만히 받으소서'라고 쓰여 있다.
비닐하우스로 들어가자 방문객들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어린이 신발과 필리핀 국기, '뜨거운 기적수'라고 적힌 스테인리스 물통 등이 보였다. 입구부터 가톨릭교회 고위 성직자 사진을 크게 걸어놓고 그들이 나주 현상을 인정했다는 취지의 정보를 유포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교황님이 입에다 성체를 영하게 해줬는데 혀 안에서 살과 피로 변했다"는 황당한 주장을 폈다.
나주 윤 율리아 추종자들이 '비닐성전'라 칭하는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윤 율리아 관련 물품을 파는 곳이 마련돼 있다.
나주 현상 관련 물품 판매 공간도 있었고, 나주 현상을 설명하는 포스터들도 붙어 있었다. 입구를 지나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집회가 열리는 강당 형태의 공간이 나온다. 약 5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가벽을 세워 '제의실'과 '고해소'라고 적힌 공간을 만들었고 종교시설에서 사용하는 원목 장의자도 가득 놓여 있었다. 천장에는 냉난방기도 있었다. 앞쪽에는 바닥에 앉아 집회에 참석할 수 있도록 단차를 둔 마루가 설치돼 있었다. 이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많이 오기 때문에 앉아서 기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라며 "엊그제 토요일에도 300명 왔다 갔다"고 말했다.
비닐하우스를 지나 동산 위로 올라가면 윤 율리아가 주장하는 각종 현상들을 소개하는 안내판을 볼 수 있다. 농업 활동을 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주시 "사용승인 건물 전혀 없다"…농지법 위반 가능성
전남 나주시 다시면에 위치한 나주 성모동산
나주 성모동산 시설 대부분은 무허가 건축물이다.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건물만 해도 최소 5개동에 달한다. '단독주택'으로 등록된 관리실 1개동을 제외하면 모두 무허가 건축물이다. 나주시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신광리 17-1번지에 사용 승인 난 건물은 없다"고 말했다.
토지 자체도 농지다. 성모동산은 윤 율리아 남편 김만복 소유다. 김만복은 2024년 11월 농업회사법인 ㈜마리아의구원방주로 현물출자했다. 가등기가 경료 된 상태다. 등기부를 보면 해당 토지의 지목은 ‘전(田)’이다. 이 일대는 국토계획법상 '농림지역'으로 농지법 적용을 받는다.
농지법 제6조는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취재 결과 윤 율리아의 남편 김만복은 농업인 자격으로 해당 농지를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취재진은 김만복의 농지 취득 당시 제출한 농업경영계획서를 정보공개청구 했지만, 해당 기록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보존 연한이 지나 폐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성모동산 관계자는 이 시설이 농지 위에 지어졌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원래는 농지다. 여기가 농지였는데 완전한 건물을 지을 수 없다"고 말했다. 농지를 농업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별도의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나주 성모동산은 이러한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행 농지법은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을 규정하고 있어 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 설명이다. 법무법인 정윤 김한별 변호사는 "농지를 허가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건 명백한 농지법 위반"이라며 "관할 행정기관이 원상회복 명령 및 대집행을 할 수 있는 사안으로 형사처벌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윤 율리아 측도 불법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은 CPBC와의 통화에서 "농지에 비닐하우스는 얼마든지 칠 수 있다"며 "허가를 안 내주기 때문에 비닐하우스를 쳐 놓고 기도한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이 성모동산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지 묻자 "동산 안에서는 안 짓지만 성모동산 주변에서 짓는다"고 답했다.
'불법' 인지하면서도 대규모 집회 계속 열어
나주 성모동산은 윤 율리아가 추종자들을 모으는 주요 거점이다.
매주 첫 번째 토요일에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또 이들은 성모동산에서 '기적수'가 흘러나온다고 홍보한다. 지난해 열린 40주년 행사에는 6500명이 모였다고 주장한다.
문제는 안전대책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불법 건축물이다 보니 등록된 종교시설처럼 소방 시설 설치나 안전 점검 대상이 아니다. 종교시설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수용 인원과 면적 등에 맞춰 스프링클러 설비 등 안전장치를 갖춰야 한다. 화재에 대비한 피난 동선 확보도 필수다.
나주 성모동산 내 비닐하우스 안에 원목 장의자 등이 놓여있다.
나주 윤 율리아 추종자들은 성모동산 내 대형 비닐하우스에서 집회를 열고 있지만, 이러한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비닐하우스 천장에는 냉난방기가 달려 있고, 전기 설비도 있다. 그러나 스프링클러 등 화재 대응 시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나주시 관계자는 "불법 건축물이다보니 소방법이나 안전관리 규정 적용 대상 자체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은 CPBC에 "안전 점검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우리가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하는데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안전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스프링클러 등 소방 안전 대책이 마련돼 있는지' 묻자 "비닐하우스에 무슨 스프링클러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취재진은 안전 관련 대책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김 본부장은 "불이 나지 않게끔 기본적으로 주의를 시킨다"며 "충분히 대책을 갖고 하고 있다"고 답했다.
나주시 "이행강제금 부과"…단속엔 한계
나주시는 성모동산을 불법 시설로 보고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민원이 제기되면서 나주시는 매년 현장 점검과 행정 조치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행강제금 부과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나주시 건축허가과 관계자는 "해당 부지 내 무허가 건축물에 대해서는 민원이 들어와 매년 현장을 확인하고 있다"며 "시정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행정 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농지 위 무허가 건축물에서 대규모로 유사종교 집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보다 강력한 행정 조치와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매달 수백 명이 모이는 집회 공간에 기본적인 화재 대응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안전사고 우려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