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전쟁 정당성 부여에 시편 구절 인용
예루살렘 라틴 총대교구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이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느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중대한 죄에 해당한다”며 “하느님은 분쟁 속에 고통받고 죽어가는 이들과 함께 계시지, 종교를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는 이들과 함께 계시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 가톨릭 매체 OSV News에 따르면, 피자발라 추기경은 15일 국제 오아시스 재단이 주최한 웨비나 연설에서 이같이 밝히고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느님 말씀을 이용하는 거짓 언어를 사용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란 전쟁 발발 이후 피자발라 추기경이 전쟁과 관련한 발언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피자발라 추기경이 이처럼 강력 경고하고 나선 것은 하느님의 이름을 빌려 성경 메시지로 미국이 전쟁의 정당성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10일 국방부 브리핑에서 전쟁 상황을 전하면서 시편 144편 1절 “나의 반석이신 주님께서는 찬미받으소서. 내 손에 전투를, 내 손가락에 전쟁을 가르치시는 분”을 인용해 발언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만약 이 전쟁 안에 하느님이 계신다면, 그분은 중동 전역에서 죽어가고 고통받고 아파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억압받는 이들 가운데 계시다”면서 “이 분쟁에는 종교적 색채가 있지만, 그것은 조작된 것이며, 종교를 끌어들이려는 이들은 하느님의 이름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동에서 수십 년간 이어진 폭력이 “오늘 우리가 처한 인간적 파괴 상태”를 낳았다고 말했다. “폭력 위에 세워진 것은 결국 사라집니다. 그것에는 미래가 없습니다. 동시에 그것은 주변에 공허를 만들어냅니다. 두려움, 원한, 증오. 이는 그리스도교 언어로 말하면 죽음의 세계에 속하는 것입니다. 그것은 자신을 넘어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또 오늘날 전쟁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데 언론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정보 또한 “분쟁의 일부”라고 표현했다. 그는 “기자의 역할은 단순히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독자가 상황을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면서 “가능한 한 정확한 해석을 제공하거나 최소한 비판적 시각을 형성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도 피자발라 추기경의 발언 이튿날 언론을 향해 “특히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전쟁과 같은 비극적인 상황에서는, 언론이 선전 도구가 되는 위험을 경계해야 한다”며 전쟁 ‘선전’을 반복하거나 권력자의 ‘대변자’가 되지 않도록 뉴스를 검증할 것을 촉구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또 가자지구 상황도 낱낱이 전했다. 가자지구를 둘러싼 정보 차단 현실과 함께 인도주의적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말했다. 약 200만 명이 피란 상태에 있으며, 영토 대부분이 파괴되었고 기본적인 항생제를 포함한 의료 물자가 부족하다고 호소했다.
“가자는 잊혀졌지만 상황은 여전히 절박합니다. 서안지구에서는 거의 매일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200만 명의 피란민이 모든 것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자지구의 80는 파괴된 상태이며 재건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36개의 병원이 부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약품이 부족하고, 항생제조차 없습니다. 사람들은 문자 그대로 하수구 같은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사진으로는 그 냄새를 전달할 수 없습니다.”
“이 비극적인 상황이 언제 어떻게 해결될지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는 일종의 악순환입니다. 하마스가 무기를 내려놓지 않으면 이스라엘은 철수하지 않을 것이고, 이스라엘이 철수하지 않으면 하마스는 무기를 내려놓지 않을 것입니다. 모든 것이 교착 상태에 있습니다.”
한편 예루살렘 포스트는 16일 미사일과 요격체 파편이 예루살렘 구시가지 일대, 유다인 구역, 통곡의 벽 인근에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