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가톨릭교회가 금지한 '나주 윤 율리아' 현상이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주교회의는 최근 열린 정기총회에서 나주 윤 율리아 측이 조작·허위 정보를 유포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를 앞두고 교회 안에서는 나주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참가자들이 나주를 가톨릭 성지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CPBC는 나주 현상의 실체와 유사종교적 행각, 현재 상황을 추적했습니다. 이름을 바꾼 윤 율리아의 행적, 농지 위에 세운 불법 건축물, 법인 설립을 통한 재산 이동, 국가 보조금이 투입된 신앙촌 조성 등의 논란을 차례로 짚어봅니다. ▷ 이전 기사 보기 ① [단독] 이름 바꾼 윤 율리아, 피눈물 성모상도 없어졌다 ② [단독] 나주 성모동산 불법 실태…비닐하우스가 성전?
윤정혜는 두 차례의 보도 이후 재단법인을 설립했고, 농업법인 설립을 시도했다.
법인들을 통해 재산을 관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현직 정치권 인사의 이름이 법인 이사 명단에 포함된 사실도 드러났다.
"헌금 박스가 방 한가득, 금붙이 내놓기도"
나주 현상을 둘러싼 논란은 오래됐지만, 재산 문제가 제기된 시점은 비교적 최근이다.
2007년과 2018년 두 차례 탐사보도 이후 윤정혜는 재산 정리를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취재 결과 실제로 2020년 재단법인을 설립해 남편 김만복 명의 재산을 옮겼다.
'재단법인 마리아의구원방주회'는 2020년 1월 설립됐다. 법인은 '나주에서 발현하신 예수님과 성모 마리아의 메시지를 온 세상에 알리고 나주를 세계적인 성지로 조성하는 것'이라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재단의 기본재산은 약 34억원 규모로 기록돼 있다. 재단은 성모동산과 경당 등 시설 관리까지 포함해 핵심 운영 구조를 맡도록 설계됐다.
대표이사는 윤정혜의 남편 김만복이다. 대표권 제한 규정도 설정돼 있다. 김만복 이외에는 대표를 맡을 수 없다. 김만복은 오랫동안 성모동산 운영을 주도한 인물이다. 언론이 개인명의 재산을 지적하자 법인 형태로 정리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사 명단에는 윤정혜 아들 이름도 포함돼 있다.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관련 등기부등본 자료
2024년 12월에는 '농업회사법인 ㈜마리아의구원방주'를 설립하려고 했다. 등기부에 따르면 자본금은 약 6억 원이고 대표이사는 김만복이다. 농산물 유통, 농작업 대행, 농어촌 관광휴양사업 등이 사업 목적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취재진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나주 성모동산 일대에는 뚜렷한 농업 활동이 확인되지 않았다.
이후 2025년 12월 김만복은 사망했다. 나주 성모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췌장암 투병을 했다. 시점으로 보면 투병과 동시에 재산 증여 작업이 이뤄진 셈이다. 법무법인 정윤 김한별 변호사는 "농업법인을 설립해 발생하는 소득은 양도세 감면 혜택이 있다"며 "농지 거래를 할 때 농업법인을 설립해 간이하게 지분을 거래하려 한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과거 나주 현상과 관련해 촬영을 했던 김홍섭 씨는 CPBC에 "수십 년 전에 헌금 통이 종이박스로 들어왔다"며 "봉투를 다 쏟아봤더니 이쪽 지방 사람들은 천원, 만원 정도였는데 외지에서 온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든 헌금을 넣더라"고 증언했다. 김 씨에 따르면, 집회 이후에 방 하나가 박스로 가득 찰 정도로 헌금이 모였다. 김 씨는 "자기네 집에서 금패물을 갖다가 그대로 토탈로 바치는 사람들이 하나가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남편은 나주시청 농촌지도소 계장으로 퇴직한 사람"이라며 "계장으로 퇴직한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부를 축적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은 CPBC에 "40년 동안 순례자들이 오고 가고 하면서 헌금을 낸다"며 "헌금을 내는 그 돈으로 비닐하우스도 짓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 뭔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해서 투명하게 하자고 해서 만든 것이 재단법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전에 투명하지 않았던 게 있었는지' 묻자 김 본부장은 "투명하지 않았던 게 아니고 개인 명의로 했기 때문에 구설에 오를 수도 있고 투명하게 정리를 하자고 해서 만든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윤정혜가 재산을 상당히 축적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질문하자 "미용실을 하면서 나주에서 가장 큰 미용실을 했고, 3~4시간씩 기다려서 머리를 할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왔다"며 "그 때 번 돈으로 성지를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취재진은 '미용실이 문을 닫은 이후에도 그 때 번 돈으로 살아왔는지' 물었다. 김 본부장은 "그 이후에는 순례자들이 와서 감사 봉헌을 하게 되고 그 금액으로 필요한 땅을 구입해서 운영했다"며 "다른 종교와 비교해서 이렇게 (취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쾌하다"고 말했다.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는 법인 재산으로 신고한 나주 성모경당 전경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는 지난해 9월 법인 재산을 약 52억 원으로 신고했다. 물품 판매, 헌금 등 수익은 기록하지 않았다. 토지 12억 9000만 원과 건물 39억 9000만 원을 신고했다. 5년 사이 약 19억 원 정도가 늘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재산은 경당 건물하고 수녀원 건물들이 몇 개가 있다"며 "성모님 동산까지 한 60억 정도 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파트 한 채 서울에 갖고 있으면 10년 가면 얼마나 불어나느냐"며 "땅 시세가 오르고 이러면 자연적으로 땅이나 건물이나 이런 것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나주 땅이 5년 안에 20억씩 오르는지 묻자 "그런 건 아니"라면서 "대답을 잘못하면 딱 책잡히겠다"며 추가 답변을 피했다.
현직 국민의힘 대변인, 나주 가담 정황
재단법인 이사 명단에는 현직 정치인도 포함돼 있었다.
권영현 국민의힘 미디어 대변인이다. 미디어 대변인으로 각종 시사 방송에 출연하며 대중에 얼굴을 알린 인물이다. 권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임명됐고 임기는 6개월이다. 국민의당에서 정치를 시작했고, 국민의힘과 합당 이후인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구광역시 중구청장 경선에 출마했다.
권 대변인은 CPBC에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권 대변인은 CPBC와의 첫 통화에서 '마리아의 구원방주'에 대해 아는지 묻자 "모르겠다. 그게 무엇인가"라고 답변했다. 취재진은 이어 나주 윤 율리아를 모르는지 물었다. 권 대변인은 "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어서 들어보긴 했는데 예전에 부모님 통해서 들은 적은 있다"고 말했다.
과거 '남도타임스' 매체에서 객원 기자로 활동한 권영현 국민의힘 대변인의 칼럼. 남도타임스 캡처
마리아의 구원방주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권 대변인의 과거 행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권 대변인은 '남도타임스'라는 매체에서 객원 기자로 2020년까지 활동하며 관련 기사를 확인된 것만 7건 썼다. '세계적 순례지로 알려지는 나주', '위기의 시대, 성모 마리아 발현' 등의 제목이다. 마리아의 구원방주 유튜브 채널에도 출연했다. '쇼미 더 나주팩트!'라는 프로그램에 8회 분량 정도 등장한다. 증언 영상에서도 권 대변인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12월 15일 올라온 '죽음에서 살려주신 율리아님의 대속 고통'이란 제목의 영상을 보면 권 대변인은 자신을 대구지부 권영현 마리아라고 소개한다.
권영현 국민의힘 대변인은 2023년 7월 열린 나주 윤 율리아 기념행사에서 낭독을 하고 있다. 마리아의구원방주 홈페이지 캡처
이 같은 사실을 전하자 권 대변인은 입장을 바꿨다. 권 대변인은 "제 동생이 아마 어머니랑 예전에 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객원 기자 활동은 인정하지 않았다. 권 대변인은 이어 "예전에 외국에서 많이 왔다 이 정도 알고 있고 최근에 간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여동생인데 아기 키우고 거의 사회 활동 안 하는데 어쨌든 옛날에 간 건 사실"이라며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왜냐하면 저랑 거의 똑같이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권 대변인은 2024년까지 활발하게 활동했다. 2024년 9월 마리아의 구원방주는 SNS 서포터즈 발대식을 열었다. 당시 발대식 사진을 보면 임명장을 들고 있는 권 대변인의 모습이 확인된다. 김재석 (재)마리아의구원방주회 운영본부장은 CPBC에 "인터넷 쪽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라며 "사내이사로 돼 있다"고 말했다. 처음 입장을 물었을 때 아예 모른다던 반응이 바뀌기 시작했다. 권 대변인은 이후 통화에서 '사내이사로 있는 건 맞는지' 묻자 "자문을 맡아달라고 해서 이름이 올라간 것 같다"고 답했다.
가톨릭교회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 제1야당의 대변인이 가톨릭교회가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는 유사종교에 호기심 차원에서 참가한 것을 넘어 적극적인 포교 활동까지 나선 건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다.
대구대교구 문화홍보국장 박병규 신부는 CPBC와의 통화에서 "사회 지도자나 정치인들이 참 종교로 인정하지 못하는 종교에 휘둘리는 불상사가 있어선 안 된다"며 "나주와 관련된 교구 입장은 단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