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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총성 위에 성경을 얹었나?… 트럼프는 왜 전쟁에 하느님 말씀 들이밀까

배경엔 미국 내 시민종교와 강력한 복음주의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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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6년 2월 24일 워싱턴 국회의사당에서 국정연설을 하고 있다. OSV

미국 정치 지도자들이 전쟁이나 군사 행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성경 구절을 인용하는 장면들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최근 피터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전쟁 상황 브리핑 자리에서 시편 구절을 인용하며 군사 행동의 정당성을 강조해 또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전쟁 속 총성 위에 성경을 얹는 미국의 정치적 수사는 단순한 개인 신앙 표현이 아니라, 미국 내 뿌리 깊은 정치 구조와 맞닿아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정치학자 로버트 벨라는 이에 대해 ‘시민종교(civil religion)’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그는 미국 사회에서 종교 언어가 공적 영역에서 기능하는 방식에 대해 “미국의 시민종교는 국가의 역사와 정치 행위를 초월적 의미와 연결시키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실제 미국 대통령 연설에서 반복되는 “God bless America”(미국에 신의 축복을)와 같은 표현은 국가 정책을 단순한 정치 선택이 아니라, 도덕적 사명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장치로 작동해왔다.

 

외교사학자 앤드루 프레스턴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미국 외교 정책은 오랫동안 종교적 언어와 깊이 결합돼 왔으며, 지도자들은 이를 통해 국제 문제를 선과 악의 서사로 설명해왔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서사는 특히 전쟁 상황에서 더욱 강하게 드러난다. 전문가들은 “전쟁은 도덕적 정당화가 필요한 행위이며, 종교 언어는 이를 가장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수단이 된다”고 설명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미국 정치에서 전쟁과 종교 언어의 결합은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군사 행동과 정치적 갈등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성경 구절과 기도가 등장하고, 심지어 전쟁 상황 중에 백악관 안에서 목회자들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기도하는 장면까지 연출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미군 내 일부 지휘관들은 “전쟁은 주님의 계획”이며 “트럼프는 기름부음 받은 지도자”라는 극단적 언급까지 서슴치 않는다.

 

대표적인 장면은 2020년 6월 워싱턴의 세인트존스 교회 앞에서 연출됐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시위 진압 직후 성경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을 공개하며 강경 대응을 정당화하는 메시지를 던졌다. 정치적 갈등 상황 속에서 종교 상징이 결합된 이 장면은 ‘권력과 성경의 결합’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트럼프 2기 들어 이러한 흐름은 전쟁 상황과 더욱 직접 연결되는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5년 이란 핵시설 공습 발표 직후 그는 “God bless America, God bless Israel”이라고 말하며 군사 행동을 종교적 축복의 언어로 연결시켜 마무리했다. 이어 2026년 초에는 백악관 집무실에서 복음주의 목회자들이 대통령을 둘러싸고 안수기도를 하는 장면이 공개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목사는 “우리 대통령에게 우리나라를 ‘주님 아래 하나의 나라’로 다시 이끌 힘을 계속 주십시오”라고 기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 국면에서 국가 권력과 종교 의례가 결합된 장면이 계속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월 미국 주도로 설립한 ‘평화위원회’ 첫 회의에서 여러 국가 지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가자지구 통치와 재건을 감독하기 위해 설립된 기구여서 비판을 받고 있다. OSV



이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미국 정치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복음주의 기독교가 자리하고 있다. 복음주의는 성경의 권위를 강조하고 개인의 회심과 선교를 중시하는 개신교 흐름으로, 미국 유권자들 가운데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들은 정치적 선택에서도 신앙적 가치와 세계관을 중요하게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며, 특히 이스라엘과 중동 문제를 성경적 맥락에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의 정치와 종교의 결합은 이른바 ‘정치 문화 + 지지층 결집 + 전쟁 정당화’에 가장 좋은 3축 구조가 되고 있다. 정치 상황에서는 도덕적 정당성에, 전쟁 때에는 ‘선과 악의 싸움’으로 단순화해 전쟁은 정의의 발로이며, 신의 계획이라는 서사 구조를 만드는 데 성경이 이용되는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미국 내 정치사회학자들은 “특히 미국 정치에서 복음주의 기독교 유권자층은 핵심적인 동원 기반이며, 종교 언어는 이들에게 강한 정체성과 결속을 제공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특히 중동 문제와 이스라엘 정책과 관련해 성경적 해석이 결합되면서 정치인들의 종교적 표현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 정치 전략으로 기능하게 된 셈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25년 1월 20일 미국 제47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성경 앞에 선서를 하고 있다. OSV



미국 내 일부 언론들도 교회와 정치가 결합한 현 트럼프발 전쟁 시대를 “교회와 정치가 결합한 성스러운 전쟁(holy war)으로 묘사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 매체 LA Times는 “미국 역사상 가장 비그리스도교적 대통령 중 하나로 평가받는 트럼프가 계속 자신을 예수님의 외투로 감싸고 있다”며 “이번 사순 시기에는 어느 때보다 더 트럼프와 그를 둘러싼 현실을 회개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쟁을 일으키는 이들의 기도와 포탄 쏟아지는 전장에서 평화를 염원하는 이들의 기도는 다른 걸까? 가톨릭교회는 이러한 흐름에 분명한 선을 긋는다. 예루살렘 라틴 총대교구 피에르바티스타 피자발라 추기경은 3월 15일 “전쟁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느님의 이름을 사용하는 것은 가장 큰 죄”라고 지적하면서 “전쟁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산물일 뿐 신앙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피자발라 추기경은 이러한 표현을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을 말하는 유사 종교적 언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하느님은 고통받는 이들, 억압받는 이들, 침묵 속에서 희생되는 이들과 함께 계신다”고 거듭 강조했다.

 

미국 교회 지도자들도 계속 우려를 표해왔다.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즈 쿠피치 추기경은 3월 7일 전쟁이 영화나 게임처럼 소비되는 현실을 비판하며 “이는 인간의 고통을 가리고 사회를 폭력에 무감각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가톨릭교회는 하느님의 이름으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에 분명한 반대 입장을 천명하고 있다. 신앙은 인간의 양심을 일깨우고 평화를 향하도록 이끌어야 하지만, 권력과 결합될 때는 오히려 폭력을 합리화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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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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