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 14세 교황이 오는 10월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을 교황청으로 소집해 혼인과 가정 문제를 논의하기로 하면서 교회 안팎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번 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 「사랑의 기쁨(Amoris Laetitia)」 반포 10주년을 계기로 발표됐다는 점에서, 새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 방향을 어떻게 이어갈지 가늠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은 3월 19일 발표한 메시지에서 “오늘날 가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들 속에서, 지역 교회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상호 경청과 식별을 통해 가정 복음 선포의 길을 모색하기 위해” 회의를 소집한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학술적 논의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가정을 어떻게 사목적으로 동반할 것인가를 논의하는 자리라는 의미다.
교황의 메시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2014년과 2015년 두 차례 가정 시노드를 소집했던 이유를 다시 상기시켰다. 당시 교회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가정 공동체(Familiaris Consortio, 1981)」 이후 30여 년 동안 나타난 ‘인간학적·문화적 변화’에 대응해야 했다.
교황청에서 말하는 이러한 변화는 성과 젠더에 대한 인식 변화, 혼인율과 출산율 감소, 교회의 전통적 혼인 형태 밖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가족 형태의 증가 등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다. 즉, 이번 회의는 교회 교리를 바꾸기 위한 회의라기보다, 변화된 사회 안에서 가정 사목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 가까울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랑의 기쁨」 제8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혼 후 재혼 등 이른바 ‘불규칙한 상황’에 있는 신자들을 교회가 배제하기보다 동반하고 식별하며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레오 14세 교황은 “연약함은 창조의 경이로움의 일부”라며, 젊은 세대에게 혼인의 아름다움을 전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연약함을 인정하면서도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신뢰를 다시 일깨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난과 폭력 등 다양한 어려움 속에 있는 가정들을 교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사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전에는 2019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직자 성학대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주교회의 의장들을 교황청으로 소집한 것이 거의 유일한 사례였다.
또한 이번 회의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강조한 주교단의 ‘단체성(collegiality)’, 즉 주교들이 서로 친교 안에서 함께 교회를 이끌어 간다는 원리를 강화하는 움직임으로도 해석된다. 레오 14세 교황은 이미 올해 1월 전 세계 추기경 회의를 열었고, 이를 정례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 회의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의 문헌 「복음의 기쁨」과 교황청 개혁 문헌 「복음을 선포하여라(Praedicate Evangelium)」를 논의하기로 했고, 이번에는 「사랑의 기쁨」을 중심으로 전 세계 주교회의 의장 회의를 소집했다는 점이다. 이는 레오 14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 유산을 이어가려는 의지를 보여 주는 행보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에서 또 하나의 관심사는 평신도 참여 여부다. 최근 교회는 ‘시노달리타스’, 즉 함께 걷는 교회라는 방향 속에서 평신도 참여를 확대해 왔다. 가정 세계주교시노드 당시에도 전 세계 신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가 진행됐고, 시노달리타스를 주제로 열린 최근의 세계주교시노드에서는 평신도들이 투표권을 가진 정식 구성원으로 참여하기도 했다.
이번 회의에서도 평신도, 특히 실제로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부부와 부모들의 목소리가 어느 정도 반영될지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레오 14세 교황은 메시지에서 “어떤 상황에서는 교회가 세상의 소금이 될 수 있는 길은 평신도들, 특히 가정들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가정 사목의 주체가 성직자만이 아니라 가정과 평신도 자신이라는 점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국 이번 10월 회의는 교회 교리를 논의하는 공의회나 시노드라기보다,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혼인과 가정 사목을 어떻게 새롭게 해야 할지를 전 세계 주교들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레오 14세 교황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핵심 문헌인 「복음의 기쁨」과 「복음을 선포하여라」, 「사랑의 기쁨」을 잇달아 교회 논의의 중심에 놓고 있다는 점에서, 새 교황의 교회 운영 방향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목적 노선을 상당 부분 이어가는 방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10월 회의는 단순한 회의 이상의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크다. 혼인과 가정 문제뿐 아니라, 주교회의의 역할, 시노달리타스, 평신도 참여 등 현대 교회의 중요한 쟁점들이 함께 논의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번 회의가 향후 교회의 가정 사목 방향뿐 아니라 교회 운영 방식에도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글 _ 콜린 둘레
미국 예수회의 ‘아메리카’지 편집차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가톨릭교회와 교황청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CNS, AP 등에서 근무했으며, 전 세계 다양한 언론에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