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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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 순례자 발걸음 향한 아시시… 프란치스코 성인 유해 공개 마무리

희년 선포·800년 만의 유해 공개로 순례 열기 계속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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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이 단체로 아시시를 방문해 프란치스코 성인 유해를 참배하기 위해 기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은 이곳 아시시에 함께 모셔진 카를로 아쿠티스 성인도 함께 참배하며 순례했다. OSV

이탈리아 아시시에서 800년 만에 프란치스코 성인 유해 공개가 최근 마무리된 가운데, 여전히 수많은 순례자가 성인의 영성을 기억하고 본받기 위해 아시시 순례를 이어가고 있다. 유해 공개 기간에만 최대 50만 명이 순례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2월 22일~3월 22일 사순 제1~5주일 한 달 동안 진행된 유해 공개는 올해 레오 14세 교황의 ‘성 프란치스코 특별 희년’ 선포 속에 이뤄진 희년 순례의 정점이었다. 1226년 성인 선종 후 첫 유해 일반 공개가 언제 다시 이뤄질지 모르는 특별한 현장을 순례하고자 전 세계에서 온 순례자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아시시 현지에 따르면, 유해 공개 기간 약 40만 명이 사전 예약으로 순례를 다녀갔으며, 최대 50만 명에 달하는 순례자가 아시시를 찾은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평소 하루 1000~4000명 수준보다 최대 2만 명, 최소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800년 만의 유해 공개… “역사적 사건”

 

이번 아시시 순례 열기에는 ‘프란치스코 성인 유해 800년 만의 공개’라는 상징성이 크게 작용했다. 성인의 유해는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전에서 순례자들과 만났다. 전쟁의 소용돌이 속 지구촌 현실에서 성인이 남긴 평화와 가난한 이를 향한 삶, 하느님이 창조하신 자연 모든 피조물을 사랑했던 영성을 향한 순례자들의 갈망이 더해져 아시시가 평화의 상징이 된 것이다. 아울러 교황의 희년 선포로 아시시를 비롯한 전 세계 프란시스코 성인과 관련된 성지나 성당 등을 방문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순례자 증가에 작용했다.

 

전 세계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도 대거 아시시를 순례하며, 이곳에 집결해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수도자들은 나라별로 순례단을 꾸려 방문하고, 평화 기도 모임에 참여하는 등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프란치스코회 소속 수도자들이 아시시를 집중 방문했다. 특히 수도자와 순례자들은 프란치스코 성인이 남긴 핵심 메시지인 ‘평화’를 중심으로 묵상하고 기도했다.


한 수도자가 프란치스코 성인 유해 먼 발치에서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다. OSV

성인 유해 공개는 3월 22일 저녁 타종과 함께 공식 종료됐으며, 유해는 다시 봉인된 상태로 대성당 지하 납골실에 안치됐다. 특히 이날 유해 공개를 마무리하는 미사는 ‘평화’를 지향으로 이탈리아 주교회의 의장 마태오 주피 추기경 주례로 봉헌됐다. 미사에는 안드리 유라시 주교황청 우크라이나 대사와 우크라이나인 신자 70여 명도 함께했다. 유라시 대사는 “정의롭고 참된 평화는 비현실적 목표가 아니며, 프란치스코 성인의 축복으로 평화는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피 추기경도 미사 강론에서 “이 특별한 날들 동안 우리는 깊은 친교의 순간을 경험했으며, 수많은 형제자매들이 프란치스코 성인의 영성을 만나면서 어려운 시대 속에 그분 안에서 끝없는 빛과 희망의 원천을 발견했다”며 “프란치스코 성인은 우리의 손을 잡고 우리가 현실을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도와줬다”고 말했다.


 
선종 800년 만에 처음 일반에 공개된 프란치스코 성인의 유해를 참배하고자 수많은 순례자들이 아시시의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에서 줄지어 서 있다. OSV

현재 순례자들은 다시 이전처럼 성인의 무덤 앞 철조망 너머에서 기도하며 공경을 이어가는 등 유해 공개 종료 후에도 아시시를 향한 순례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주님 부활 대축일을 앞두고 순례자들의 발걸음은 이어지고 있다. 

 

이에 아시시 현지는 대형 이벤트가 아니라, 성주간과 주님 부활로 이어지는 거룩한 전례 중심의 ‘집중된 신앙 체험’을 이어갈 계획이다. 성목요일 주님 만찬 미사, 성금요일 수난 예식, 성토요일 부활 성야,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까지 이어지는 성주간 전례는 아시시 성 프란치스코 대성당을 중심으로 거행될 예정이다. 부활 성야 때엔 촛불 예식과 세례식이 결합된 전례로 이어진다.


 
한 수도자가 묵주를 손에 쥐고 프란치스코 성인의 유해 앞에서 기도하고 있다. OSV

희년 핵심: “순례 + 전대사”

 

이번 순례 열기의 중심은 레오 14세 교황의 ‘성 프란치스코 특별 희년’ 선포에 있다.

 

희년은 2027년 1월 10일까지 이어지며, 신자들은 아시시를 비롯한 프란치스코 관련 성지를 방문해 고해성사와 미사, 기도를 통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이는 순례를 단순 방문이 아닌 영적 여정으로 전환시켰으며, 부활 기간 그 수요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순례의 또 다른 특징은 전 세계 프란치스코회 네트워크의 집결이다. 브라질, 탄자니아, 인도, 한국, 중동 등지에서 온 프란치스코회 수도자들이 창립자 앞에서 기도하기 위해 아시시에 모였다. 각국 순례단도 자체 미사와 기도 모임을 이어가며, 아시시가 ‘세계 프란치스코 공동체의 중심’ 역할을 수행했다. 우크라이나 공동체도 미사와 평화를 위한 기도를 바치는 등 아시시 순례가 국제 연대의 장으로도 확장됐다.


 

“평화의 성인”… 지금 다시 주목받는 이유

 

이번 순례 열기는 단순한 기념 이벤트를 넘어, 성 프란치스코의 메시지가 오늘날 다시 주목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핵심은 △평화 △가난과 연대 △창조질서와 생태로, 이는 프란치스코 성인이 남긴 영적 메시지와도 직결된다.

 

‘평화의 성인’으로도 불리는 프란치스코 성인은 늘 “주님께서 당신에게 평화를 주시길” 기도하고 인사했고, 평화란 적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배제된 사람을 끌어안는 것임을 몸소 보여줬다. 당시에도 전쟁 대신 대화와 평화를 지향했던 성인은 피조물과도 대화하며 형제처럼 살아가는 생태 영성을 보여주는 등 수도생활 전반에 걸쳐 평화의 삶을 살았다. 실제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과 갈등이 확산되는 가운데, 프란치스코 성인은 ‘평화의 상징’으로 다시 호출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아시시에서는 우크라이나 등 분쟁 지역을 위한 기도가 이어진 점도 성인의 삶과 일맥상통한다.

 

아울러 프란치스코 성인은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으며, 오늘날 현대 사회의 양극화 속에서 그의 삶은 새로운 윤리적 기준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또 자연과 피조물에 대한 사랑을 남긴 성인의 메시지는 오늘날 기후 및 생태 위기 시대에 더욱 강력한 메시지로 작용한다. 프란치스코회의 한 관계자는 “프란치스코 영성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해답”이라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수도회 수도자들이 프란치스코 성인의 유해를 바라보고 있다. OSV

신앙 도시이자 성지, 아시시

 

올해 아시시로 이어지는 ‘평화의 순례’는 언덕 위의 성지인 아시시의 도시 자체도 변화시키고 있다. 희년을 맞아 순례자가 약 30 이상 증가했고, 이를 위해 자원봉사자만 400명 이상이 투입되면서 아시시를 향한 순례 행렬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아시시는 지난해 첫 밀레니얼 세대 성인이 된 성 카를로 아쿠티스가 실제 모습 그대로 보존된 곳이기도 하다. 아쿠티스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과 신자들의 순례가 계속된 만큼 이와 맞물려 아시시는 전통과 현대를 잇는 새로운 순례지로 자리 잡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 희년’은 2027년 1월 10일까지 계속된다. 아시시는 희년 기간 국제 순례 확대, 청년 중심 프로그램, 평화 주제 기도 운동 등을 이어갈 계획이다. 희년 동안 국내 프란치스코 성인과 관련된 수도회, 성지, 성당 등을 방문하고, 고해성사, 미사 참여, 기도, 영성체 등을 하면 전대사를 받을 수 있다.

 

이정훈 기자 sjunder@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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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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