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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왔다” 놀리던 꼬마, 한·일 징검다리 놓는다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이사 모리 노리후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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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이사 모리 노리후사씨



일제강점기 황국신민화 교육시킨 아버지로 ‘마음의 빚’

은퇴 후 ‘과거사 속죄·한일 청소년 역사 교류의 장’ 마련

한국 청소년에게 “조세이탄광 아픈 역사 꼭 기억해달라”








“제 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셨습니다. 명령에 따른 것이지만, 학생들에게 한국어 대신 일본어만 쓰게 하는 등 황국신민화 교육을 하셨죠. 그 사실을 뒤늦게 안 이후 제 안에는 늘 지울 수 없는 ‘마음의 빚’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조세이탄광 수몰사고를 역사에 새기는 모임’ 이사 겸 운영위원 모리 노리후사(76)씨의 고백은 묵직했다. 30여 년간 지역 사회복지 공무원으로 아동·청소년을 위해 헌신하고, 그 경험을 나누고자 대학 강단에 섰던 그였다. 은퇴 후에는 자신의 여생을 온전히 ‘과거사 속죄’와 ‘한일 청소년 교류’에 바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1942년 해저 갱도가 무너져 강제 동원된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광부 183명이 수장된 야마구치현 우베시의 조세이탄광(長生炭鑛)이 있다. 모리씨는 부천 고리울 청소년센터·화곡 이을 커뮤니티와 협력해 매년 양국 청소년들이 조세이탄광이라는 아픈 역사를 마주하고 대화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을 꾸준히 마련해왔다. ‘조세이 청소년 평화 아카데미(JOsei Youth Peace Academy)’, 이른바 ‘조이파(JOYPA)’다. 여기엔 ‘즐겁고 행복한 평화 활동(Joy Peace Action)’이란 뜻도 담겼다. 본지가 지난 3월 중순 조세이탄광과 ‘새기는 모임’ 취재차 현지에서 만났던 모리씨는 최근에도 방한해 cpbc 본사를 찾았다.

그는 한국과 가까워 재일동포가 많이 거주하던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에서 나고 자랐다. 풍물놀이를 하는 동포들을 향해 “조선인이 왔다!”고 철없이 놀렸던 꼬마는 어느덧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되어 양국 미래 세대가 손을 맞잡을 수 있도록 징검다리를 놓고 있다. 그 계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 청소년들의 치유 여행을 기획하면서였다.

“한국에 가기로 정하고, 과거 일본에 유학 왔을 때 인연을 맺은 청소년 활동가 신용식 고리울 청소년센터장에게 연락했어요. 비록 치유 여행은 무산됐지만, 대신 경기 부천시 청소년들이 야마구치현으로 놀러 오면서 교류가 시작됐죠.”

3월 26~31일, 모리씨 인솔로 방한한 일본 청소년 단체 ‘미래대사 조세이파이브’는 한국 청소년들 앞에서 직접 조사한 조세이탄광의 역사 자료와 활동 내용을 발표했다. 한일 청소년들은 함께 대학교를 탐방하고, 직접 만든 음식을 나눠 먹으며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쌓았다. 지난 2월에는 한국 청소년 5명이 일본을 찾아 조세이탄광 일대를 방문하고, 유해 발굴 후 처음 열린 추도식에 참여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양국 청소년들은 경북 경주를 방문해 수몰 사고 희생자 유족을 직접 인터뷰하며 ‘살아있는 역사’를 가슴에 새겼다. 모리씨는 흐뭇한 표정으로 당시 찍은 사진을 내보이며 “일본 학생인 ‘칸나’는 지금도 그때 만났던 한국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칸나는 또 ‘많은 한국 청소년이 조세이탄광에 관해 모르고 있어 놀랐다’고도 했다”며 “부디 책이나 신문·TV를 통해 조세이탄광 역사에 관심을 갖고, 이 아픈 이야기를 꼭 기억해달라”고 한국 청소년들에게 당부했다.

“일본 청소년들이 여러분을 찾아갈 때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주세요. 느끼는 바가 있다면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해주시길 바랍니다. 눈치 보지 말고 서로의 생각과 마음을 자유롭게 이야기해준다면, 일본 친구들도 진심으로 화답할 것입니다. 그렇게 양국 청소년 여러분이 서로 오랜 시간 교류하는 진짜 친구가 돼준다면, 한일의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이름의 모리(森)와 함께 푸근한 인상에서 따온 별명 ‘쿠마상(숲 속의 곰돌이)’으로 불리는 모리씨는 오늘도 양국 청소년들의 든든한 언덕이 돼 따뜻한 평화의 씨앗을 심고 있다.

이학주 기자 goldenmouth@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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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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