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종합] 레오 14세 교황의 미국 비판 발언을 둘러싸고 교황청과 미국 국방부 간 긴장설이 제기됐다. 미국 언론매체 ‘더 프리 프레스’(The Free Press)는 4월 6일, 미국 주재 교황청 최고 외교관이 1월 펜타곤으로 소환돼 ‘쓴소리성 질책’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교황청 관계자들은 당시 회동을 두고 “미국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고 있으며, 교회는 미국 편에 서야 한다는 경고가 담긴 강도 높은 질책이었다”고 전했다.
주미 교황청대사관은 4월 9일 서면을 통해 미국 국방부 회동 사실은 인정했지만, 분위기나 구체적 논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미 교황청대사관은 “전 주미 교황대사인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이 1월 22일 미국 국방부에서 여러 관계자들과 시사 현안을 논의했다”며 “정부 관계자들과의 만남은 교황대사로서 통상적인 활동”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더 프리 프레스’는 주미 교황대사가 미국 국방부에서 미국 관리를 만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더 프리 프레스’는 교황이 1월 9일 교황청에서 외교관들을 상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타국 국경을 무력으로 침해하지 않는다는 원칙이 완전히 훼손됐다”고 연설한 이후,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이 피에르 추기경을 펜타곤으로 불러들였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1309~1378년 프랑스 아비뇽에 교황청이 머물렀던 ‘아비뇽 유수(幽囚)’를 언급하기도 했다. 아비뇽 유수는 교황청이 프랑스 왕권에 굴복해 프랑스의 군사적 압력 속에서 로마를 떠나 프랑스 아비뇽으로 이전했던 역사적 사건을 가리킨다.
미국 국방부 측도 4월 9일 “해당 보도는 크게 과장되고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국방부와 교황청 관계자 간 회동은 상호 존중과 합리적인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며 “교황청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공보실장도 같은 날 로마에서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고 “최근에도 교황님은 국제 현안에 대해 지속적으로 발언해 왔고, 해당 보도는 1월의 일을 다룬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구체적으로 답할 내용은 없다”고 덧붙였다.
교황청 공보실은 ‘더 프리 프레스’ 보도에 따른 논란이 커지자 4월 10일 성명을 내고 “일부 언론이 미국 국방부 회동에 관해 보도한 내용은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교황청 공보실은 성명에서 “지난 3월 80세를 맞아 은퇴한 전 주미 교황대사 크리스토프 피에르 추기경이 1월 22일 미국 국방부에서 콜비 미국 국방부 차관과 만난 사실을 확인했지만, 이 만남은 교황대사의 정기적 업무의 일부였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