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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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칼럼] 권력이 교황을 겨냥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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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적 목소리가 나오면 이를 무시하거나 반박할 수 있다. 또 이 목소리에 순응할 수도 있다. 하지만 도덕적 목소리에 마음속을 깊게 긁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지도자는 이 목소리를 적수로 삼았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들의 선례를 따르지 않고 레오 14세 교황을 직접 겨냥했다. 교황을 그가 다뤄야 할 장애물로 삼은 것이다. 그의 행위는 자신의 트루스 소셜에 남긴 그 내용보다도 그 자체로 읽어야 할 사건이었다.


트럼프의 메시지는 직설적이었다. 그는 교황이 “외교 정책에 능숙하지 않다”고 말하며, “제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가톨릭교회를 해치지 말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했다. 메시지 내용은 명확했다. “나는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교황을 원하지 않는다.”


이 공격은 강함의 표시가 아니었다. 정치권력은 도덕적 목소리를 억제하지 못했을 때 그 목소리를 겨냥한다. 교황이 무의미한 존재였다면, 트루스 소셜에서 한 문장도 지목되지 않았을 것이다. 교황이 지목된 이유는 그의 말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교황의 힘을 빼려고 했지만 역설적으로 교황의 권위를 인증한 셈이다. 또한 ‘트럼프 대 교황’이라는 프레임도 잘못됐다. 교황은 수 주 동안 대립하면서도 트럼프를 한 번도 입에 올린 적이 없다. 이는 교황의 전략이다. 교황은 트럼프 개인이 아니라 전쟁을 불가피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구조를 겨냥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인물 간의 충돌이 아니라 두 체제 간의 마찰이다. 한쪽은 힘의 문법, 즉 억제, 국가 예외주의, ‘신의 뜻’을 운운하며 권력을 사용하는 것, 강한 자를 축복하기 위해 신을 동원하는 정치의 신학화이다. 다른 한쪽은 복음의 문법, 즉 대화, 도덕적 한계, 국제법, 무고한 이들의 존엄, 죽음의 언어에 신의 이름을 끌어들이지 않겠다는 거부이다.


트럼프의 도발에 대해 레오 14세 교황은 알제리로 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복음을 말한다”며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라고 답했다. 교황은 자신이 정치인이 아니며, 트럼프와 논쟁을 벌이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행정부에 두려움이 없다면서 복음의 메시지를 ‘남용하는’ 자들에게 복음적으로 정확하게 경고했다. 반격도, 상처 입은 자존심도, 전략적 모호성도 없다.


이 사건의 영향은 로마가 아닌 미국에서, 그리고 다음 주가 아닌 수년 후에 느껴질 것이다. 이 공격은 미국 가톨릭 공동체가 수십 년 동안 미뤄온 것을 명확하게 하는 촉매가 될 수 있다. 그 누구도 “하느님은 군대를 축복하지 않는다”는 교황의 교도권을 받아들이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한 나라의 힘을 축복하는 수사학에 동조할 수 없다. 두 입장은 더 이상 호환될 수 없으며, 트럼프의 폭발은 그 불일치를 모두에게 드러낸 것이다.


반응들은 이를 확인시켜 준다. 보수적인 주교들을 포함해 미국 주교단은 교황에게 사용된 ‘비하적인’ 언어에 대해 ‘경악’을 표명했다. 이것은 사목적인 반응이었다. 전 군종대교구장이자 주교회의 의장이었던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는 이미 이란과의 갈등을 부당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공격은 또한 미국 행정부가 교황청을 잘못 읽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역대 백악관은 ‘외국인’으로 규정될 수 있는 교황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자본주의에 맞서 싸운 라틴 아메리카 출신 교황, 공산주의에 맞서 싸운 폴란드 출신의 교황을 말이다. 이들과는 항상 문화적 거리가 있었기에 교황의 비판은 미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외부의 목소리로 설명될 수 있었다.


하지만 레오 14세 교황과 함께 그 지름길은 닫혔다. 그는 미국인이다, 그의 말은 ‘외국성’이라는 필터 없이 전달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현재 행정부가 소화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교황을 향한 공격은 신중한 제스처가 아니었다. 이는 도덕적인 목소리를 지배할 수 없는 이의 폭발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의 신뢰도 감소는, 마가(MAGA) 진영에서도 이미 예견된 것이다. 궁지에 몰린 이들이 반드시 더 조용해지는 것은 아니다. 교황은 차분하고 정확하며 담대하게 대처했다.


트럼프의 공격에서 드러내는 것은, 레오 14세 교황이 국제 무대에서 어떤 권력도 동조하거나 무시할 수 없는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에게는 군대도, 재정도, 선거 기반도 없다. 그저 강론대와 전통, 목소리의 톤이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교황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미국 대통령이 그를 장애물로 지목해야 할 지위에 올랐다.


교황을 공격하는 것은 그를 매수하거나 침묵시키거나 같은 편으로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전쟁이 다시 유행처럼 시작된 시대에, 교황이 미국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공격받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스캔들이다. 차분하게 생각하면, 이는 말씀이 필요한 곳에 도달했다는 신호이다.



글 _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
예수회 사제로 교황청 문화교육부 차관보로 일하고 있다. 예수회 잡지 ‘라 치빌타 카톨리카’의 편집장을 지냈으며, 저서로 「SNS 시대의 신학」과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대담을 엮은 「교황 프란치스코: 나의 문은 항상 열려있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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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신문 2026-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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