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에 대한 레오 14세 교황의 비판에 트럼프 대통령이 잇달아 날선 발언을 거침없이 행하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발언이 선거 승리를 위한 계산된 행동이 무너진 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OSV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대한 레오 14세 교황의 비판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이후 잇달아 교황을 비난하는 보기 드문 장면에 외신들과 전문가들이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외신과 전문가들은 종교의 이름으로 전쟁과 선거에서 승리하려 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이 교황의 평화를 촉구하는 발언으로 어긋나면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외신과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날선 발언이 ‘선거 승리를 위한 계산된 행동이 무너진 데 대한 반발에서 비롯됐다’고 해석했다. 마상윤(발렌티노)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는 “종교의 이름으로 오는 11월 선거에서 승리하려는 철저한 국내 정치용 계산”이라며 “미국이 전쟁에 종교색을 입혀 정당화를 시도하자, 교황이 ‘예수의 이름을 함부로 앞세울 수 없다’며 제동을 건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균(가브리엘)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교황의 말씀은 종교적 입장을 넘어 인류 보편적 평화와 인권의 관점이 반영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교황 지지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큰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날선 반응이 ‘무력감’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있다. ‘치빌타 카톨리카’(La Civiltà Cattolica) 편집장 안토니오 스파다로 신부는 13일 SNS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을 공격하는 것은 이면에 숨겨진 불안감을 드러낸 것”이라며 “교황은 일반적인 정치 권력과 다르게 국제 관계에서의 힘과 안보, 국가 이익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은 ‘다른 언어’를 쓰는 존재이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장을 반대하는 교황의 목소리를 더욱 무겁게 받아들였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매체 ‘워싱턴포스트’ 역시 13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는 전쟁을 종교의 이름으로 정당화하려 했지만, ‘복음을 해석하는 존재’인 교황의 발언은 단순한 반대를 넘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근거를 둔 메시지로 읽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이는 전쟁에 대한 ‘신의 지지’를 주장한 미 행정부의 발언이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성경 말씀을 ‘아전인수’로 해석한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가톨릭대 신학과 교수 방종우 신부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리는 성 아우구스티노의 가르침에서 이어진 진정한 평화를 회복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쟁의 조건’을 왜곡한 것”이라며 “결국 신의 질서를 미국이 세운다는 오만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방 신부는 “전쟁이란 큰 슬픔 속에 평화를 파괴하는 무리에 맞서 적법하게 치러지는 질서를 위한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는 게 성인의 가르침”이라며 “교황님의 발언은 진정으로 정의로운 전쟁이 무엇인지 알려주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교황을 공개 비난한 데 대해 미국과 이탈리아 주교단도 우려했다. 미국 주교회의 의장 폴 S. 코클리 대주교는 12일 성명에서 “교황은 대통령의 경쟁자가 아니다. 교황은 복음의 진리를 전하고 영혼을 돌보는 그리스도의 대리자”라고 밝혔다. 워싱턴대교구장 로버트 맥엘로이 추기경도 전날인 11일 교구 내에서 열린 특별 평화 미사에서 중동 정세를 언급하며 “전쟁으로 무고한 민간인들이 보는 피해를 고려할 때, 이번 군사 행동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주교단 역시 13일 성명에서 “교황은 정치적 경쟁자가 아니라 복음과 진리, 평화를 섬기도록 부름 받은 베드로의 후계자”라며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는 시대에 교황의 목소리는 인간의 존엄성과 대화, 책임을 촉구하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