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4월 27일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회의에서 각국 대표단에게 연설하고 있다. OSV
미·일 주교단이 2023년 8월 일본 나가사키에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공동 행동에 나설 것을 약속한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OSV
미국과 일본 주교단이 4월 27일 제11차 핵확산금지조약(NPT) 평가회의를 맞아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실질적인 핵 군축 협상을 촉구하고 나섰다. 갈수록 심화하는 핵 위협에 맞서 전 세계가 공동 행동에 나설 것을 요청한 것이다.
유엔은 1968년 총회에서 NPT를 채택한 이후 통상 5년마다 평가회의를 열어 핵 군축과 비확산,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등 조약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유엔에서 4월 27일부터 5월 22일까지 4주간 열린다.
미·일 주교단은 평가회의 첫날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핵무기 보유국들이 핵 군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성명에는 미국 뉴멕시코주 산타페대교구장 존 웨스터 대주교와 시애틀대교구장 폴 에티엔 대주교, 일본 나가사키대교구장 나카무라 미치아키 대주교, 전 나가사키대교구장 다카미 미쓰아키 대주교, 히로시마교구장 시라하마 미쓰루 주교 등이 참여했다. 2023년 8월 ‘핵무기 없는 세상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고 핵 군축을 위한 공동노력에 함께할 것을 약속한 교구들이 점검회의를 기점으로 목소리를 내고 나선 것이다.
미·일 주교단은 성명에서 “세계가 핵무기를 영구히 유지하려는 방향으로 후퇴하고 있다”며 “핵 위협이 어느 때보다 더욱 고조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주교단은 특히 “핵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진 나라들은 ‘현대화’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면서 “핵보유국들은 핵무기를 줄이고 다른 나라가 핵무기를 가지지 않도록 막겠다는 약속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며 공식·비공식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알려진 9개 국가가 진행하는 ‘대규모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했다.
주교단은 “이러한 반복된 행태 속에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핵무기 확산을 막는 데 절대적이고 필수불가결한 역할을 해온 NPT마저 붕괴할 위기에 처했다”며 “핵 위협 확산의 근본적 이유는 핵 군축 협상을 거부한 핵무기 보유국들에 있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핵 군축 협상 재개와 핵무기 보유를 거부한 기존 합의 복원”을 재차 제안하면서 핵무기에 대한 구체적 조치를 명시한 ‘핵무기금지조약’(TPNW) 비준을 위해 교회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주교단은 “고조되는 핵무기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는 오는 11월 열릴 유엔 총회에서 TPNW에 대해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바티칸은 세계에서 처음 TPNW에 서명하고 비준한 국가인 만큼 교회는 협약이 구체적으로 이행되도록 지켜보고 함께할 것”이라고 전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평가회의 첫날 연설을 통해 “너무 오랜 기간 NPT는 침식돼왔고 약속은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상호신뢰는 약해졌고 핵확산의 열망만 더욱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각국은 단서나 조건·지연·변명 없이 조약에 따른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평화를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군축과 핵 비확산에 다시 헌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4월 26일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부활 삼종기도 후 연설을 통해 40주년을 맞은 체르노빌 핵 발전소 참사를 언급하며 “체르노빌 참사는 점점 더 강력해지는 기술을 사용할 때 그 안에 내재한 위험을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경고를 전하고 있다”며 “핵에너지는 생명과 평화에 이바지하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