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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처음부터 엄마가 없었다” ‘열여덟 어른’의 홀로서기

[우리 가운데 계시도다] 자립준비청년의 빈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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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자립준비청년 최보민씨가 이른 새벽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자신의 생활공간인 고시원으로 들어가기 위해 복도를 지나고 있다.

 


보호종료 청년 연 2500여 명
준비 없이 마주한 막막한 삶
그들 삶 면밀히 살펴보는 기획




“오전 5시, 여느 때처럼 휴대폰 알람 소리가 울렸다. 어렵사리 이불을 걷어 내니, 고시원 특유의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덮친다. 그래도 이른 아침에 눈을 뜨는 잠깐의 시간만 버티면, 그럭저럭 다 괜찮다. 준비를 마치고, 나의 일터로 향한다.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는 공사 소음과 이제 막 가게 문을 닫기 시작한 먹자골목 가게들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지하철을 타고 50분을 가면 주 3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 다다른다. 오전 6시부터 낮 12시까지다. 나와 같은 자립준비청년들의 일터, 인천시 청소년자립지원관 ‘별바라기’가 운영하는 편의점이다.

어릴 때 보육원에서 친구들이랑 뛰어놀곤 했다. 부모의 존재를 전혀 몰랐던 것을 돌아보면, 내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버려진 것 같다. 7살 때쯤 엄마를 처음 봤다. 보육원에 몇 번 오셔서 어색하게 인사도 나누고, 같이 놀기도 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는 뵌 적이 없다. ‘원래 나는 엄마가 없었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아도 그리 서운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면, 보육원 이모들이 마음에 남는다. 9살 때 보육원을 나와 그룹홈으로 가야 했을 때 펑펑 울었다.

나는 2년 차 자립준비청년이다. 지난해 19살이 됐다. 그룹홈을 나와 혼자 살아야 하는 나이가 됐다. 어디로 가야 하나, 또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던 차에 나에게 친숙한, 고향과 다름없는 해성보육원 근처로 왔다. 수정이 누나, 반에서 키워주셨던 선생님들, 봉사자 이모들?. 그때의 이모들이 아직 계신다고 해서 찾아간 보육원에는 지난날의 나와 같은 아이들이 있었다.

7살 아이들이 가장 많다. 보육원에 가면 그래도 몇 번 봤다고 달려와 주는 아이들이 귀엽다. 이곳에서 봉사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된 이유다. 이 아이들에게는 내가 커 보이겠지만, 사실 나도 살기 급급한 사람이라 하는 일은 별 거 없다. 같이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준다. 이 아이들은 이것만으로도 ‘까르르’ 행복해한다. 내가 그랬듯 이모·삼촌들과 있을 때만큼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마음이 나를 자꾸 보육원으로 이끈다.

자립준비청년이 되면서 보육원 수녀님 소개로 ‘별바라기’를 알게 됐다. 고시원에 오기 전 4개월간 그곳에서 지냈다. 명절이나 행사가 있을 때 신부님은 별바라기에 오라고 하신다.

나는 자립준비청년이니까, 더 돈을 열심히 모아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같이 그룹홈에서 지낸 형들은 만나면 돈이나 집 문제에 대한 걱정을 주로 나눈다. 덕분에 매월 50만 원씩 나오는 자립수당에 더해 성당 카페 아르바이트 월급까지 모아 80~90만 원을 꼬박꼬박 저축하고 있다.

꿈이라면 글쎄. 깊게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사회복지사가 되기로 했다. 같은 보육원과 그룹홈에서 지냈던 동생들은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자연스레 마음이 그리로 향했다.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는 ‘사랑’이 제일 필요할 테니까.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것 같지만, 여느 아이들과는 상황이 다르다는 것도, 왜 다른지도 우리는 다 알고 있다.”

해마다 보호시설을 떠나 홀로서기를 하는 자립준비청년은 연간 2500여 명(보건복지부, 2025)에 이른다. 가정 밖 청소년까지 포함하면 약 2만 명이 자립의 문턱에 선다. 숫자는 매년 반복되지만, 이후의 삶은 기록되지 않는다. 본지는 자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청년들을 만나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현실을 조명하는 기획 ‘자립준비청년의 빈칸을 찾아서’를 3주에 걸쳐 연재한다.

박예슬 기자 okkcc8@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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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평화신문 2026-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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