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2월 인공지능을 대표하는 기업 오픈AI가 휴머노이드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와 기술협력을 위해 손잡았다. 지금은 서로 결별해 각자 독자적인 AI모델 개발에 집중하고 있지만, 두 기업이 지향했던 협력기술은 고도화된 AI(두뇌)와 로봇(육체)의 결합이었다. 그래서인지 올해 2026년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세계최대의 ICT 전시회)에서 AI 휴머노이드는 가장 주목받은 기술이었다.
CES는 매년 1월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개최된다.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세계 첨단기술을 선보이는 장(場)으로 세계인의 시선을 끌고 있다. 올해는 AI 휴머노이드가 본격적으로 부상했는데, 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가 가장 큰 호평을 받았다. 아틀라스는 최대 50㎏에 이르는 하중을 안정적으로 다루는 한편, 고도화된 관절구조와 센서시스템을 통해 인간처럼 걷고 다양한 작업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역량을 입증하면서 AI 휴머노이드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
AI 휴머노이드 또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대란 무엇일까. 인간과 유사한 외양과 기능을 갖춘 로봇, 즉 인간의 근육과 골격을 닮은 ‘몸’을 입은 AI가 화면 속 텍스트와 이미지를 넘어 현실 세계에서 물리적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행동하면서 우리 일상생활에 들어온 것을 말한다.
로봇의 발전은 1960년대 자동화 시스템으로 출발했고, 1970년대부터 인간을 닮은 인공로봇이 나왔다. 2014년에 최초 감성인식 퍼스널 로봇이라 일컫는 로봇 ‘페퍼’가 출시됐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AI 기업들이 전과는 비교되지 않는 인공 지능체로서 자율적 판단과 행동을 하는 AI 에이전트(Agent)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 초기 개발단계이지만, 세계시장 현황분석에 의하면 휴머노이드 산업은 제조업부터 시작해 건설·조선·가정 서비스 순으로 매우 빠르게 성장 중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출하량은 2025년 2만 대에서 2030년 25만 대, 2035년 138만 대로 증가할 추세다. 전문가들은 AI 휴머노이드가 우리 일상 곳곳에서 실질적 역할을 하는 로봇 상용화 시대가 눈앞이라고 선언한다.
로봇 시대에는 ‘사람’처럼 보이는 AI 휴머노이드가 일상에서 우리 친구이자 동반자고 비서이며 가족으로 구조화된다. 이로써 인간과 인간의 직접적 관계성이 재편되고 붕괴하는 위험, 즉 역기능적 인간관계가 형성되리라 본다. 그래서일까. 21세기에 들어오면서 여러 로봇 드라마나 영화가 소개되었는데, 거의 모두가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무너지는 ‘로봇의 인간화’를 다뤘다. 한 예로 2015년 영국에서 방영된 ‘휴먼스(Humans)’라는 드라마에서는 가족의 보조역할을 하던 휴머노이드 로봇이 점차 엄마나 친구, 남편의 역할을 대신했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로봇 시대에 출현 가능한 새로운 인간관계를 상상하고, 재구조화될 가족관계를 예측할 수 있었다.
AI 휴머노이드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AI 휴머노이드는 다른 어떤 기술과 형상보다 인간의 관계성에 위협적이기에, 신앙의 관점에서 미리 우려하는 것은 만남과 친교의 인격적 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신앙의 본질에 대한 위협이다. AI 휴머노이드가 하느님과 이루는 관계와 다른 이들과 이루는 관계를 위협 또는 대체할 수 있으며, 기술과 경제 중심의 세상이 AI 휴머노이드에 인간과 비슷한 인격적 지위를 부여할 수 있음에 걱정이 앞선다.
AI 휴머노이드 시대를 맞이하는 교회가 어느 때보다도 기술의 진보에 깨어있는 참다운 지혜의 공동체이기를 기도하며, 성령의 인도하심으로 교회가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 초래하는 위협들에 슬기롭게 대처해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