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전쟁 속 강력한 평화 메시지
레오 14세 교황이 4월 5일 주님 부활 대축일 미사 후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에 올라 광장에 모인 군중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이 즉위 1년을 맞았다.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해 5월 8일 제267대 교황에 선출된 직후 첫 ‘로마와 전 세계에’(Urbi et Orbi) 보내는 메시지에서 ‘평화’로 첫 인사를 건넸고, 이후 지금까지 평화의 사도로서 지구촌에서 벌어지는 각종 분쟁에 화해를 촉구하고 있다.
평화의 사도로서 지구촌에 전한 목소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 이어 지난 2월 말에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등 중동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즉위와 동시에 앞장서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한 교황은 즉위 초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여러 차례 보편 교회의 평화 중재 의지를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납치 아동 송환과 가자지구 포로 교환 등 성과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4월 11일에는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평화 회복을 위한 밤기도에 임하며 한마음으로 주님께 용서와 화해를 구했다. 교황은 비슷한 시기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설전에도 굴하지 않으며 모든 이가 '평화의 일꾼'이 될 것을 촉구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것이 제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며 교회가 존재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10월 27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에서 교황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에 서명한 후 문헌을 들어보이자 교황청 문화교육부 장관 조제 톨렌티누 드 멘돈사 추기경이 박수를 치고 있다. OSV
교회 가르침 담은 교황 문헌 발표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해 10월 즉위 후 첫 교황 권고 「내가 너를 사랑하였다」(Dilexi te)를 반포해 고통받는 이들 안에서 ‘주님의 모습’을 찾고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는 신앙인이 될 것을 촉구했다. 이어 같은달 교황 교서 「희망의 새로운 지도 그리기」(Disegnare nuove mappe di speranza)를 반포해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문헌인 그리스도인 교육에 관한 선언 「교육의 중대성」 반포 60주년을 기념했다. 지난해 11월에는 교황 교서 「신앙의 일치 안에서」(In Unitate Fidei)를 발표하고, 니케아-콘스탄티노폴리스 신경을 통해 그리스도인 일치와 화해를 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레오 14세 교황과 바르톨로메오 1세 정교회 콘스탄티노폴리스 세계총대주교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성 제오르지오 총대주교좌 성당에서 함께 영광송을 바친 뒤, 마침 강복을 주고 있다. OSV
교회 안팎에서 이어진 일치와 친교의 여정
교황은 선출 직후부터 제1차 니케아공의회(325년) 1700주년을 맞아 튀르키예로 가겠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했고, 지난해 11월 첫 사목방문지로 튀르키예와 레바논을 택했다. 두 곳에서 이어진 교황의 사도좌 여정은 교회의 일치 사명을 다시 일깨우며 그리스도의 평화를 증언하는 것이 교회의 근본 소명임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이 기간 교황은 제1차 니케아 공의회가 열렸던 이즈니크(니케아)를 찾아 정교회 바르톨로메오 1세 세계총대주교와 함께 교회 일치와 화해를 기도했다. 교황은 지난 4월 아프리카 4개국 사목 방문에서도 카메룬 바멘다를 찾아 현지 그리스도교·이슬람교, 그리고 전통 종교 지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다른 종교를 가진 이들과 함께 형제애를 나누기도 했다.
레오 14세 교황과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10월 23일 바티칸 사도궁에서 비공개 회동을 마친 뒤 나란히 나오고 있다. OSV
형제 교회 중 하나인 성공회와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다. 찰스 3세 영국 국왕이 바티칸을 찾아 교황과 만난 데 이어 가톨릭과 성공회의 성인인 존 헨리 뉴먼 추기경을 ‘교회학자’로 선포하기도 했다. 교황은 4월 27일 바티칸에서 최초 여성 성공회 캔터베리 대주교에 임명된 사라 멀랠리 대주교와도 만나 함께 사도궁 우르바노 8세 소성당에서 세계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지난 1년간 튀르키예·레바논, 가난과 분쟁 속에도 화합하는 아프리카 4개국(알제리·앙골라·카메룬·적도 기니)을 비롯해 모나코 공국 등 5개국 20여 도시와 마을을 사목 방문하며 곳곳의 그리스도인들과 소통했다. 아울러 지난 1월에는 바티칸에서 170여 명의 추기경단을 소집해 특별 추기경 회의를 주재하며 교회의 시노드 여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공유했다. 아울러 지난해부터 이어진 정기 희년을 잘 마무리한 교황은 올해를 ‘성 프란치스코 선종 800주년 기념 특별 희년’으로 선포했다.
레오 14세 교황이 4월 16일 카메룬 바멘다 성 요셉 대성당에서 열린 평화 모임에 참석한 후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날려보내고 있다. OSV
교황청 개혁과 여성 참여 확대, 생태 보전
레오 14세 교황은 프란치스코 교황의 뜻을 이어받아 교황청의 현대화·투명성 확보에도 힘을 싣고 있다. 첫 단계는 올해부터 인사와 재정에서 독자적 권한을 행사해온 교황청 국무원 개혁이었다. 인사 관리 및 승인 권한 등을 교황청 재무원에 이관해 특정 부서에 힘이 쏠리는 것을 막고자 한 것이다. 또 부서장의 4촌 이내 친인척 채용 금지, 행정업무 디지털화, 라틴어 일원화 폐지에 따른 행정 효율성 제고 등을 추진하며 교회 행정 투명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회 내 여성의 참여 확대를 위한 노력도 이어갔다. 교황은 즉위 직후인 지난해 5월 교황청 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수도회부) 차관에 티치아나 메를레티 수녀를 임명했다. 수도회부는 지난해 1월 시모나 브람빌라 수녀가 장관으로 일하는 부서로, 교황청 내 같은 부서 장·차관직을 여성 수도자가 함께 수행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레오 14세 교황이 7월 9일 이탈리아 카스텔 간돌포 찬미받으소서 학교에서 새 전례문을 따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OSV
교황은 ‘공동의 집’ 지구를 지키고자 프란치스코 교황의 유산을 이어받아 지난해 9월 교황 별장 카스텔 간돌포의 정원에 ‘찬미받으소서 학교’ 개관식을 거행하고 보편 교회의 통합 생태 발전을 위한 훈련의 장을 마련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에 앞서 7월에는 피조물 보호를 위한 지향을 담은 새 전례문을 따라 미사를 봉헌하며 “공동의 집을 돌봐야 하는 시급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들의 회심”을 기도하기도 했다.
장현민 기자 memo@cpbc.co.kr
이준태 기자 ouioui@cpb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