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 사도의 후계자로서 즉위 1년을 맞은 교황의 영성과 행보를 서종빈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2025년 5월 8일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 레오 14세 교황 첫 사도적 축복 우르비 엣 오르비. OSV
[기자] 레오 14세 교황은 지난해 5월 8일 콘클라베에서 제267대 교황으로 선출됐고 5월 18일 즉위 미사로 베드로 직무를 공식 시작했습니다.
선출 후 첫 사도적 축복 '우르비 엣 오르비'의 주제는 '평화와 무장 해제'였습니다.
<레오 14세 교황 / 2025년 5월 8일 성 베드로 대성전 발코니>
여러분 모두에게 평화가 있기를, 이것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평화입니다. 무장하지 않고 무장을 해제시키는 평화이며, 겸손하고 인내심 있는 평화입니다.
레오 14세 교황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합성 사진. OSV
이후 지구촌이 전쟁과 폭력으로 점철된 1년 동안, 교황의 평화 메시지는 그 어떤 정치적 논쟁에도 휘말리지 않고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 4월 1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전, 평화를 호소하는 자신을 비난했을 때도 교황은 "두렵지 않다"며 "정치인과 논쟁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2025년 4월 13일 레오 14세 교황 알제리 사목 방문 기내 인터뷰. OSV
<레오 14세 교황 / 4월 13일 알제리 사목 방문 기내 인터뷰>
제 메시지를 대통령께서 하신 것과 같은 맥락으로 말씀드리자면, 저는 대통령께서 복음의 메시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씀을 듣게 돼 유감이지만, 저는 오늘날 세상에서 교회의 사명이라고 믿는 바를 계속해서 수행해 나갈 것입니다.
핵무기 보유와 전쟁을 반대하는 교황의 목소리는 단호했고 대화를 통한 평화 호소에는 간절함을 담았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은 1년 동안 전임 교황의 가난과 변방의 영성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지난 4월 아프리카 사목 순방에서 교황은 불평등과 빈곤으로 사회 통합과 정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2026년 4월 23일 적도기니 말라보 스타디움에서 아프리카 사도 순방의 마지막 미사를 집전하기 위해 도착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 / 4월 23일, 적도기니 말라보 미사>
만일 당신이 불의에 억눌린다면, 그리스도는 정의이시오, 만일 당신이 도움이 필요하다면, 그리스도는 힘이시오, 만일 당신이 죽음을 두려워한다면, 그리스도는 생명이시오, 만일 당신이 천국을 사모한다면, 그리스도는 길이시오, 만일 당신이 어둠 속에 있다면, 그리스도는 빛이십니다.
교황은 자신의 사목 표어인 '한 분이신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하나'를 실천하며 교회 일치와 평화의 다리를 놓았습니다.
즉위 후 첫 해외 사목 방문지는 지난해 11월 1,700년 전 니케아 공의회가 열린 튀르키예 이즈니크였습니다.
2025년 11월 28일 레오 14세 교황이 튀르키예 이즈니크 (옛 니케아)를 방문해 교회 일치 기도회를 열고 있다. OSV
<레오 14세 교황 / 튀르키예 이즈니크 교회 일치 기도회>
종교를 이용해 전쟁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것은 모든 형태의 근본주의와 광신주의와 마찬가지로 단호히 거부되어야 하며 형제적 만남과 대화, 협력의 길을 따라야 합니다.
교황청 개혁과 교회 내 여성 참여를 확대하고 생태계 보전에도 힘을 실었습니다.
국무원이 행사하던 인사 관리와 승인권을 교황청 재무원으로 이관하고 부서장의 4촌 이내 친인척 채용 금지와 업무 디지털화 등 교회 행정의 투명성을 확보했습니다.
또 교황청 수도회부(축성생활회와 사도생활단부) 차관에 여성 수도자를 임명해 장?차관직을 모두 여성 수도자가 함께 수행하도록 했습니다.
2026년 1월 21일 수요 일반 알현에서 레오 14세 교황이 연설하고 있다. OSV
지금 인류는 전쟁과 기후위기, 빈곤과 기술의 독주 앞에 길을 잃고 있습니다.
레오 14세 교황이 1년 동안 뿌린 평화와 일치의 씨앗이 풍성한 열매를 맺길 기대하며 교황의 사목 여정에 성령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해야겠습니다.